농촌 노총각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국제결혼이 도시 근로자나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도 확산되면서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들간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베트남 현지 결혼전문업체 지사장인 K 씨는 "2, 3년전만 해도 국제결혼을 신청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농촌 노 총각들이였는데 지난해부터 농촌 노총각보다는 도시 근로자와 일반 직장인들의 국제결혼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신청자 10명중 7, 8명이 도시근로자나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ㅅ 결혼정보회사 이승주(42·대구 신천동) 전무는 "한국 여성들이 도시 근로자나 농촌 총각들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배우자 선택에 골머리를 앓는 노총각들이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것 같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베트남 현지 맞선장까지 부모를 대동해 좋은 며느리감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여성과 국제 결혼하거나 이를 결심한 남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건과 외모, 경제력만을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게 넌더리가 났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혼까지 약속했으나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거나 자신의 재산상황을 공개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
베트남 호치민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왕형(35.대구 동구) 씨는 "사귀던 여자에게 결혼 후 '부모님을 모셔야 된다'는 말을 했다가 퇴자를 맞았다."며 "수개월간 국제결혼 문제를 고민하다 '부모와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봉양한다'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정했다."고 국제결혼 동기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망설임도 많았고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후배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을 보다 조건이 맞는 여성을 찾지 못해 국제결혼을 선택했다."는 배일권(40·전북 전주·식당 주방장) 씨는 "국제결혼을 결심하기까지 1년이상 걸렸고 출발할 때는 초조한 마음과 불안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베트남 여성들과 맞선을 보고 이들의 생활상을 확인한 뒤부터 결혼을 늦게 결정한 것이 오히려 후회됐다."며 만족해 했다.
이같은 이유는 무엇보다 베트남의 유교 전통이 한국 정서와 맞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집집마다 조상을 모시는 제단을 갖추고 있고 한국의 제사 문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고 교육열도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 중산층 가정의 경우 한 달 수입의 절반을 사교육비로 쓸 정도다.
또 생활력이 강하다. 그래서 이름난 여성 지도자(의회 30%장악)가 많다. 사위가 부인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모계사회의 흔적도 많아 여성들의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중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결혼 사기가 적은 것도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전체 국제 결혼은 3배가 늘었고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비율은 43배가 늘었다. 2001년 134명이던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2005년엔 5천822명까지 늘어나 한국인 전체 외국인 결혼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호치민 한인회의 한 중견간부는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가정의 이혼율은 타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라며 "부모와 남편을 잘 공양하고 부지런하다는 이유때문에 많은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근로자나 직장인들의 국제결혼이 농촌총각보다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인의 자격조건을 강화하면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 남성의 소득·재산·직업 등을 증명하는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주 전무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자신이 스스로 국제결혼을 선택할 경우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배우자 선택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결혼 후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어서 국제결혼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지민(베트남).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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