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온난화가 고마운 그린란드

세계 곳곳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북극권에 속한 그린란드에서는 반대로 지구온난화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북미 북동쪽 대서양 북구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으로 대부분이 북극권에 속해 얼음으로 뒤덮인 불모의 땅.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린란드의 자연에 새로운 생명이 출현하는 등 벌써부터 적지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기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그린란드의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올라 전세계 평균 기온상승치보다 2배 이상 빠른 기온 상승 속도를 보였으며 금세기 말까지 추가로 섭씨 7.8도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산이 녹아내린 자리에 새로운 초지가 형성되고 있으며 포플러나무가 갑자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또한 백조가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찾아왔으며 겨울이면 남쪽으로 이동하던 오리들의 움직임도 사라졌다. 빙산이 녹으면서 늘어난 수량으로 조만간 수력발전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

그린란드에서 순록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테판 마그누손은 지난 10년간 빙하가 90m 이상 후퇴하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초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빙하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세계 곳곳에 재앙을 몰고 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적어도 그린란드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출현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섬의 80%가 빙하로 덮여있고 한겨울 일광시간이 하루 5시간에 불과한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 놓여 있는 그린란드의 주민들에게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온상승은 '재앙'이 아니라 '혜택'이다.

그린란드는 이제까지의 기온 상승으로 이미 경작가능기간이 1970년대에 비해 2 주나 늘어났으며 경작지도 지난 1980년대 620에어커에서 현재는 2천500에이커로 늘어났다. 만약 기온이 더 올라 현재 5월 중순인 농사 가능 시기가 4월 말로 앞당겨질수만 있다면 딸기와 사과 같은 과일도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그린란드 뿐만아니라 캐나다 북부지역과 페루의 고산지대 등지에서도 혜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가 지구 전체에 몰고올 재앙에 비하면 지엽적인 혜택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제작한 환경영화 "불편한 진리"는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등의 빙하를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위협으로 묘사하면서 빙하가 녹아내리면 해수면의 높이가 12m 이상 높아질 것이며 이렇게 되면 맨해튼 남부와 네덜란드, 캘리포니아주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린란드 정부도 지구온난화가 이누이트족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위협하고 있으며 북극곰의 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기온상승을 반기는 주민들과는 달리 교도의정서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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