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의아해 하고 있다. 실제로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요구하는 협상안을 다 들어줄 경우 연간 300여억 원이 필요할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연간 몇 조 원의 이윤을 남기는 포스코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안될까? 노조원들도 발주처인 포스코가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본사를 점거, 7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로서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봐서 직접 나서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포스코는 이번 사태와는 무관한 제3자다. 포스코 공사는 대부분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을 통해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형태로 시공되는 체제. 따라서 포항지역건설노조원들은 전문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포스코 제철소 안으로 공사를 하러 올 뿐이지 포스코나 포스코 건설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노동법상으로도 제3자가 임단협에 개입하면 위법이다.
과거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건설노조가 매년 임단협 때 포스코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 적당히 조정해 사태를 수습해왔다. 올해도 임금 15% 인상 요구안 뿐이었다면 해결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조는 외국인 고용금지, 재하도급 금지 등은 포스코가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안을 들고 나왔다. 특히 토요일 유급화를 주장하는 주5일제 안은 더욱 고민이다. 이 문제가 포스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건설노동현장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이 타결되는 순간 전국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데 포스코의 경우 전국에 수십개의 건설현장이 있다.
정부와도 교감을 나누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불법 점거 상태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다며 '선 해제'를 노사협상 주선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또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요구하는 주5일제 등은 전국적인 사안이지,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포스코가 독단적으로 선듯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이번 기회에 건설노조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포스코의 내부 방침도 개입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건설노조가 2년 전 41일 동안 파업을 하는 등 매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참에 아예 선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겐 앞으로 포스코내 공사장 출입금지 검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가 70%를 넘는 것도 부담이다. 법적으로 포스코가 나서면 안되는데, 개입하면 외국인 주주들이 주총에서 경영진에 따지거나 경우에 다라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는 합리성이 있다면 설득 가능하나 반대의 경우 철저하게 법을 따지고 있다."며 "포스코가 어지간하면 모든 걸 다 들어주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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