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북한 주민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에 '비정치적 망명'이 허용돼 3개월째 미국에서 생활중인 탈북자 6명이 19일 워싱턴 미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실태와 탈북자들의 참상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지난 5월24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두 번째. 이날 회견은 이들의 미국 망명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 샘 브라운백 의원(공화. 캔사스주)의 주선으로 이뤄졌으며 회견장에는 브라운백 의원을 비롯해 박 진 한나라당 의원, 탈북자 지원단체인 디펜스포럼의 수전 숄티 대표, 50여명의 취재진 등이 참석했다.
탈북자들은 신분노출 및 이로 인한 재북 가족들의 피해를 우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모자를 눌러쓴 가운데 북한인권에 대한 '증언'에 나서 북한에서의 인육사건 등 참상을 고발했다.
지난 97년 북한을 탈출, 중국에 머물다가 3번이나 북송당했다는 요셉씨는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뒤 정치범 수용소의 지하 10m 감방에서 6개월간 지내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면서 "몸이 공중에 매달린 채 매질을 당했으며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한미자유무역협정(FTA)대표단의 일원으로 워싱턴을 방문중 이날 회견에 참석한 박 진의원은 "중국은 탈북자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정책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 인권문제가 중심에 놓여야 한다"면서 "현재 의회에서는 샘 브라운백 의원이 동북아판 헬싱키협약을 제안하는 결의안과 탈북자를 강제북송하는 중국에 대해 대미무역수출을 제한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미국내 반응이 북 미사일에 대한 선제공격주장과 미사일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 개최 두 가지로 갈린 데 대해 "두 가지 모두 북한 인권문제는 뒷전으로 하고 있어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찬미씨는 미 망명 직후 영어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
▲(찬미) 영어를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세우고 싶다.
--그동안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많은 지원을 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게 있나. 대북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에 있을 때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북한에 물자지원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식량지원을 해도 주민들에게는 (혜택이) 오지 않고 전쟁준비나 핵무기를 만드는데 쓰이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평양 어린이들의 실상에 대해 말해 달라.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30여명의 학생이 있는 한 학급에 교과서가 10권 정도만 공급된다. 학부모들이 장마당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교과서를 사서 쓸 정도다. 유엔에서 과자가 지원되는 데 교원과 교장이 (중간에서) 떼어먹어 학생들에겐 일부만 지원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서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은 어떤 것인가.
▲(요셉) 난 96년 직접 보고 들은 일이다. 내가 살던 옆동네에 장마당에서 순대를 팔던 부부가 있었는데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모들이 식량을 구하러 간 사이 장마당에서 빌어먹는 아이 13명을 죽여 이들의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됐다. 13번째 죽은 아이를 발견했을 때 어느 집 아이인 지를 알 수가 없어서 학교 마당에 아이의 머리를 두고 전교생에게 직접 확인시키기도 했다. 동생 찬미도 이를 목격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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