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싱글은 '가수 제조기'…잇단 발표에 찬반 팽팽

이제 더 이상 노래는 가수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오프라인 음반이 아닌 디지털 싱글 발매가 대세를 이루자 개그맨, 연기자 등 누구나 손쉽게 노래를 발표하고 있다. 가수 겸업을 선언한 사례도 있지만 이들 노래는 대부분 단발성 이벤트곡. 음악 시장의 종 다양성에는 기여하지만 질적인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타 영역 연예인의 디지털 싱글(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노래를 출시하는 것) 발표 붐을 일으킨 시발점은 탤런트 겸 방송인 현영. 그의 디지털 싱글 '누나의 꿈'은 컬러링(휴대폰 통화연결음), 벨 소리 차트 3위권에 석 달간 랭크되며 인기를 누렸다. 비음 섞인 독특한 음색, 음악 방송 홍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대박' 상품이었다. 현재 현영은 후속곡 '차차차'까지 발표한 상황이다.

이어 개그맨 조혜련, KBS 2TV '개그콘서트'의 고음불가,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나몰라 패밀리, 정선희-김효진, 배우 이준기 등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스타의 디지털 싱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아나까나' 송이 담긴 팝 리메이크 음반인 1집을 발표했던 조혜련은 음반 시장이 여의치 않자 이번엔 디지털 싱글 '가라'를 선보였다. 1집 당시 1970~80년대 팝을 들리는 발음 그대로의 한국말로 바꿔 불러 방송사 심의에서 원 발음을 왜곡했다며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제대로 된 곡으로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다. 신세대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 겸업으로 활동중이다.

고음불가와 나몰라 패밀리는 두 방송사 간판 개그 프로그램의 장외 대리전 양상을 띄며 주목을 받고 있다. 고음불가는 네 곡이 수록된 디지털 미니음반을 발표하며 가수 겸업을 선언했다. 타이틀곡 '제발'로 활동중으로 6월 단독 콘서트를 마쳤다. 반면 나몰라 패밀리는 21일 힙합곡 세곡이 수록된 디지털 싱글을 선보인다. 타이틀곡은 '나 몰라(Namolla)'로 출시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쇼 케이스를 연다.

이준기의 디지털 싱글도 눈에 띈다. 그의 디지털 싱글 '마이 준'에는 타이틀곡 '한 마디만' '사랑을 몰라' '바보 사랑' 등 세 곡이 담겼다. 이 노래들은 5월 이준기가 팬 미팅 때 팬서비스

차원에서 부른 곡을 모아 발표한 것으로 가수 겸업을 염두에 두고 낸 음반은 아니다.

정선희와 김효진은 정선희가 진행중인 MBC 라디오 FM4U '정오의 희망곡' 월요일 코너인 '인생역전! 대박 생쇼!'에서 불러 화제가 된 곡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다. 녹음을 마친 '사랑의 사냥꾼'은 가수 최재훈이 만든 곡에 정선희와 김효진이 가사를 붙여 탄생했으며 21일 '정오의 희망곡' 1000일 파티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정선희 측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불러 청취자의 반응이 좋아 발표한 것으로 가수로 활동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오의 희망곡' 1000일 파티에서 공개할 뿐 다른 방송에서 홍보 활동도 펼치지 않는다. 디지털 싱글로 내고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것은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돕는 좋은 일에 쓰기 때문"이라고 가수 겸업을 적극 부인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요계 종사자와 음악 소비자들의 반응은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벅스뮤직 음악사업부의 김승현 과장은 "이들이 주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음악을 통해 숨어있는 재능을 또 한번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며 "개인적인 만족이나 웃기기 위해 노래를 발표한다면 대중이 먼저 알고 외면할 것이다. 이준기의 경우 이슈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몰라 패밀리의 경우 힙합 장르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갖고 노래를 발표하는 케이스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반해 보아, 동방신기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박진 이사는 "음반에서 음원으로 유통 구조가 바뀐 원인 중엔 음반제작자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퀄리티 있는 곡을 배출하지 못했던 까닭도 있다"며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수익 증대, 연예인 홍보 등 불분명한 목적을 갖고 디지털 싱글 시장에 접근해 곡을 남발할 경우 이 시장 또한 황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음악 소비자인 대학생 김지현 씨는 "연예계 유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 자신을 홍보하고 온라인 및 모바일 수익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물론 음악 팬들이 기호에 따라 소비하겠지만 전업 가수에 비해 아마추어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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