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이해득실만 따지는 식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논란이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1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지역경제교육센터 개소식 특강을 통해 "1960년대 이후 제조업 중심의 수출지향적 정책으로 이룩한 세계 10위 규모의 우리나라 경제는 그저 얻어진 것도 그저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며 "일부에서 말하고 있는 '그냥 이대로가 좋다'는 식의 태도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이 급성장하고 있는 국제현실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통해 우리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냥 이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차관은 "1993년 이후 지난해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연평균 5만 7천 개, 전체적으로는 7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제조업 분야에서 7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공장의 해외이전뿐만 아니라, 인력을 줄여 생산성을 높여야만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조업의 특성상 이제는 더 이상 제조업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법은 서비스 분야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 41만 개의 일자리가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는데, 문제는 새로 생겨나는 서비스 분야 일자리의 50% 이상이 영세독립자영업자와 같이 질이 낮다는 것입니다. 또 섬유와 신발 등에서 보듯이 패션·디자인 등 지식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함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까지 위축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육·의료 등의 해외수요에 따른 해외소비가 지난해만 120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 차관은 "해외소비 증가율이 매년 20% 이상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해외소비를 서비스 분야 개방을 통해 국내소비로 돌릴 수만 있다면 상당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국내 파트너를 통해 외국인직접투자 형태를 띠기 때문에 제조업과는 그 효과가 다르고, 이왕이면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미국과 하는 것이 우리경제에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1970년대 말 제조업 개방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제조업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우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체를 키워냈고, 서비스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곳이 항공과 해운 등 본질적으로 국제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개방을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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