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지하수, 지상 재활용한다…전국 첫 시도

2호선 집수정 19곳…하루 1만3천t '콸콸'

하수로 버려지는 대구 지하수가 지하철 2호선을 만나 도심 하천수·가로수 및 도로 관리수로 재활용, 도시의 새로운 환경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지하수 재활용 방법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2008년 완공 목표의 중앙로 실개천은 전국 최초로 지하철 집수정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물길을 내는 도심 하천. 구체적 사업 내용은 이달 실시 설계 발주 이후 결정하지만 길이 1km, 폭 1~2m의 실개천 물길 구상은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집수정 때문에 가능했다.

지하철 선로 밑 곳곳에 설치된 집수정은 지하철 터널 외부에 흐르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넘치지 않도록 모아두는 곳. 집수정 내 펌프가 지하수를 밀어올리면 하수관을 따라 하수처리장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반월당 네거리 일대 지하수는 하루 4천100여t 수준. 그 가운데 3천t이 반월당역 지하 23m 6개 집수정에 모여 중앙로 실개천 물길의 본류를 형성한다. 반월당역 집수정이 없었다면 중앙로 실개천에 물을 대기 위해 새 집수정을 만들 수밖에 없고 엄청난 재정 부담때문에 실개천 조성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웠던 것.

대구지하철건설본부 문학규 공사부장은 "지상에 실개천 물길을 만들고 실개천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배수관만 설치하면 물길확보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하철 2호선 19개 집수정에 모이는 지하수는 하루 1만 3천785t. 그냥 하수처리장으로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물이다.

대구지하철건설본부는 하수도관과 별개 배관을 설치, 여름철 도로 및 가로수 관리수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2000년 재활용 계획을 수립해 2005년 5월까지 5년 간 하수도관과 별개의 배관 설치 및 해당 구청 인수·인계를 끝냈다.

모두 56억 원을 들인 별도 배관은 총길이만 4만 8천m. 지난 해 여름부터 배관에 달린 660개 밸브와 544개의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가로수를 적시고 도로 열을 식히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 결과 깨끗한 암반수라 생활, 농업, 공업 용도에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하철건설본부 김대묵 본부장은 "1995년 지하철 2호선 실시설계 단계부터 지하수 재활용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수자원 절약 및 하수처리비용 절감은 물론 대기오염 개선효과까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1호선 경우 2호선 같은 시설이 갖추지 못해 지하수 재활용이 어려운 형편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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