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설픈 중재가 '사태' 더 악화시켰다

포스코 점거파장…정치권 대안 없이 원칙론만 내 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앙 정치권은 물론 지역 정치권까지도 뒷짐만 지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또 현장을 찾은 일부 국회의원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 하거나 오히려 노조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는 불법이며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정부에 조속한 사태해결을 요구했다. 또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초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가지도 않았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경우 포스코 사태가 심각해진 12일부터 단 한차례도 포항을 방문하지 않았으며 수해현장 방문, 방송 3사 수재의연금 모금 특별생방송 등에 출연했으며, 21일에는 단양을 방문해 수재의연금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지역구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20일 오후에야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우 19일 영등포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이번 점거사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의 자신해산을 요구했다. 문희상 상임위원은 "정부는 기간산업 마비에 따른 해외 신인도 추락과 공권력 무력화에 반대한다는 취지에서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 현장을 찾은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계획없이 원칙론만 나열하며 중재를 시도해 시민들과 대기업인 포스코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병석·배일도 국회의원은 19일 포스코 본사 농성지도부를 만났으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눴을 뿐 노조를 설득하거나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성현 대표와 단병호·이영순 국회의원 등을 주축으로 이날 포항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진상조사중재단 역시 중재단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민노당 인사들은 "해결의 열쇠를 쥔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및 정부가 전면에 나서라."고 촉구해 이번 분규의 양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와 건설노조를 배제한 채 정부와 발주사(포스코)·원청사(포스코건설) 등 제3자를 끌어들이려해 사태를 더 꼬아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포항지역 일부 기관·단체들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노사중재를 위한 대책회의, 간담회 등을 가졌지만 '공권력을 통한 강제진압' 등 노조규탄으로 일관해 조합원들을 더 자극했다.

지역의 한 노조 대표는 "노사문제는 양측간 대화가 중요하고 분규중이라 하더라도 양측 지도부가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풀어야지 대안없는 제3자가 나서는 것은 오히려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아무런 대책없이 눈도장 찍기 식의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는 사태해결을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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