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솟대 제작 김태동씨 "차에 도구 싣고 다니며 작업"

김태동(41·부산시 북구 만덕3동) 씨는 굴삭기 기사이자 솟대 만드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대목수였던 덕분인지 어린 시절부터 나무 만지는 일을 좋아했다. 굴삭기와 솟대의 차이점은 굴삭기가 처자식 부양을 위해 '해야 만 하는 작업' 이라면, 솟대는 '하고 싶어서 하는 작업' 이다.

◇ "도구 싣고 다니며 언제든 작업"

솟대 작업의 재료로는 오죽(烏竹)과 육송 뿌리, 다름나무(개물푸레 나무)를 쓴다. 도구는 간단하다. 통나무를 자를 때는 전기톱을 쓰지만, 작업 때는 구두 칼 하나면 된다. 작품을 만드는 시간과 장소는 따로 없다. 자동차에 재료와 연장을 항상 싣고 다니며 일이 없거나, 마음이 내킬 때 언제라도 작업시작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솟대를 만들면 즐겁고 행복하다. 먼 길을 가다가 문득 차를 세워놓고 솟대를 깎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지금까지 솟대를 200개 정도 만들었다. 다탁은 30개 정도, 서각은 약 20점을 했다. 만들어서 판매한 물건도 있지만 선물한 물건이 훨씬 많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워낙 솜씨를 인정받아 요즘은 주문제작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리산 구례 화엄사 앞 화엄다원에 그가 만든 솟대 20여 점이 서 있다. 또 양산 내원사 부근에도 그의 솟대가 서 있다. 지인들의 집들이나 가게 개업식엔 솟대 하나 들고 가면 대환영을 받는다. 돈으로 산 물건이 아니라 직접 만든 물건인데다 작품이 독특해서 누구도 좋아한다.

◇ "굴삭기와 솟대는 정교한 예술"

김 씨에게 굴삭기 작업과 솟대작업은 둘 다 정교한 예술이다.

"솟대는 나무 조각이고 굴삭기는 지구 조각이다. 굴삭기가 대충대충 땅 파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 굴삭기 작업은 솟대 작업보다 정교하다. 산 속에 전기철탑을 세울 때 0.2c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도심의 빌딩 숲에서 작업을 할 때는 전기선 하나 잘못 건드리면 큰일난다."

솟대 작업을 위해 나무의 재질은 물론이고 칼의 움직임, 솟대의 세세한 곡선까지 알고 있어야 하듯 굴삭기 작업자는 작은 나사하나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해발 1천 300m 산 속에서 굴삭기가 사소한 고장을 일으킬 때마다 기술자를 부를 수 없고, 기술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굴삭기 기사들은 섬세한 감각과 세밀한 지식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단다.

김씨는 23세때부터 굴삭기 작업을 시작했고 솟대작업은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솟대 이전에 나무 공예는 오래 전부터 해왔다. 아버지가 나무를 만지던 분이라 그런지 나무만 보면 무엇이든 만들고 싶다고 한다.

◇ "옛것 지키고 싶어 머리·수염 길러"

김 씨는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길렀다. 긴 머리를 질끈 묶었을 뿐 몇 년 동안 자르지 않았다. 그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상투와 갓을 쓰고 지내셨다. 그런 탓인지 그도 수염 기르고 머리 기르는 게 불편하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김굉필 선생님이 저의 조상입니다. 옛 것을 백 분의 일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사는데, 옛 것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솟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평생 솟대와 굴삭기 작업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서 가족 부양의 부담이 줄어들면 나무만 만지며 살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는 생업 외에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생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예술인의 아픔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긍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열심히 해나갈 뿐이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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