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릿짚 공예 이동진 씨 '은은한 황금빛 마력에…'

요즘은 땔감으로도 안 쓰는 보릿대를 재료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동진(51·대구시 서구 내당4동) 씨는 '맛있는 갈비'를 파는 사람으로 알려진 평범한 사람이다. (내당동 '참갈비' 주인) 그런 그가 보릿대를 재료로 황금빛 사군자, 유명 인물화, 달마도, 미륵반가상, 송학도, 화조도 등 섬세하고 은은한 작품을 빚어낸다. 그림뿐만 아니라 시조, 반야심경, 성친왕 친필 등의 글귀를 본떠 금빛 찬란한 보릿대 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35년 전,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에게 세배하러 갔다가 베개 모에 보릿대로 새긴 무늬를 보고 그 색깔에 매료돼 보릿대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적 재능이 있었던 이씨는 당시 선산군내 학생미술 대회에 보릿대 공예품을 출품해 입상도 했다.

"그림이나 석고 공예품, 한지 공예품은 이전에도 자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단골손님들에게 선물로 드렸고요. 그러다가 보릿대 공예를 시작하면서 다른 작품엔 거의 손을 뗐어요. 푹 빠져 버린 것이죠."

보릿대로 처음 작품을 만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이전에도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들기는 했지만 천연 보릿대가 주는 은은한 황금빛이 그의 남다른 손재주에 날개를 달아준 셈. 이 찬란한 예술품을 만드는 도구라고는 도안용 칼과 풀, 보릿대가 전부다.

요즘은 보릿대 구하기도 쉽지 않다. 땔감으로도 쓰지 않아 보리 베기가 끝나면 즉시 태워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기계로 수확한 보릿대는 부숴져서 작품을 만드는데 쓸 수도 없다. 그래서 올 여름엔 아예 계약을 맺어 보리밭을 사고, 낫으로 보리를 벤다. 보릿대를 말리고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펴서 다리미로 다리면 작업 준비는 끝.

이 씨의 생업현장인 식당의 작은 방은 아예 작업장이다. 아침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손님이 뜸한 시간, 그는 아예 보릿대 공예에만 집중한다. 최근에는 그의 작품에 매료돼 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까지 있다.

소문 듣고 찾아온 한 일본 사람은 일본에서 전시회를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직 대형 작품이 많지 않아 미뤘지만 머잖은 장래에 전시회도 해 볼 생각이다.

블로그(http://blog.naver.com/cham3392)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블로그 사진에서는 실제 작품의 찬란한 황금빛 마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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