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이더스 손' 최명수씨 "내손으로 직접 만드는 안방극장"

그는 '피터팬'같은 사람이다. 피터팬처럼 때묻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가졌고, 피터팬처럼 재주와 상상력도 뛰어나다. 그가 가진 가장 뛰어난 무기는 바로 살아있는 '아이디어'. 이를 바탕으로 직접 손으로 뚝딱뚝딱 여러가지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맛본다는 그다. 그렇다고 세상살이는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7년 간의 직장 경험을 통해 사회의 냉혹함도 어느 정도 겪었지만 단지 세상의 부귀영화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잣대를 애써 외면한 채 '자신의 삶, 자신만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람. 최명수(39) 씨를 만났다.

△내 손으로 만드는 안방극장

대구시 북구 유통단지 안에 있는 전자도매상가 1동 209호. 그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전화로 알려준 대로 가게를 찾아갔더니 가게 밖이 온통 새까맣다.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있는 힘껏 밀치고 들어서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나뒹구는 지저분한 공간에서 그가 아는 척을 해왔다.

최명수(39) 씨. 직접 프로젝터를 만든다는 소개로 그를 찾았지만 그가 만드는 것은 비단 프로젝터뿐이 아니었다. 대화면 영화감상을 위한 스크린 프로젝터 외에도 오디오 스피커, 전자기타, 자동차 수리와 카오디오까지 그가 손으로 못하는 일이 없었다. 정말 타고난 재주꾼이라는 감탄사 밖에는 나오지 않는 그였다.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다 4년 전 그만뒀다는 그는 2년 전 이곳에 가게를 얻고 자작 제품을 만드는데만 열중해왔다. 안방극장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터는 100인치 이상의 화면과 화질을 자랑하지만 고가의 가격과 유지비로 선뜻 장만하기는 어려운 전자제품. 하지만 그가 만드는 프로젝터는 최소 30만 원에서 100만 원 대로 저렴하다. 램프 수명 역시 기존 시판제품보다 긴데다 교체비용이 1만5천 원 선으로 저렴해 유지비용 또한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더스의 손

그가 유별난 손재주를 발견한 것은 10살 때부터다. 버려진 프라모델(장난감 인형)등을 모아서 재조합을 하는데서 출발해, 플라스틱을 중탕해 녹이고 찰흙으로 틀을 만들어 새롭게 자신만의 프라모델을 창조하는 수준이었다.

대학시절에는 전자기타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대학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어느 날 "소리를 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다루는 악기의 원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가."라는 선배의 말에 그 날부터 기타의 원리를 공부했고, 직접 기타를 만들었다. 울림통으로 사용될 나무판은 강의실 긴 책상의 상판을 뜯어내 한 달 동안 깎아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가 대학시절 시도했던 아르바이트는 일명 '아무거나 해 드립니다'. 그는 정말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대신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이런 홍보전단지를 학교 곳곳에 붙였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국 아르바이트는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지금은 별의별 자작 제품을 만들어낸다. 만들어서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동호회원들의 부족한 손재주를 대신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감성적인 그

지금 그의 공식 직업은 '백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백수나 마찬가지라는 그의 설명이다. 사무실은 거의 동호회원들의 놀이터나 작업실의 역할을 한다. 그의 홈페이지(zzics.com)나 이런저런 경로로 그를 알게 된 다양한 친구들이 이곳을 찾아 밤새 자작과 관련된 정보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여러 가지 자작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그런 그를 주위 사람들은 안타까워 할 뿐이다. 뛰어난 재주를 가졌음에도 돈벌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5일 동안 카오디오 작업을 대신해주고는 5만 원의 수고비를 받는 것이 전부인 그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모든 재주는 손끝에 집결돼 있다.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인가 하면 기타를 치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재주는 손끝에서 나온다는 최명수 씨. 하지만 그는 손보다 더 귀한 것이 '아이디어'요, '감성'이라고 말했다.

"힘들고 배고픈 날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넉넉하지 않죠. 하지만 저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이 제 손을 통해 현실화 될 때 희열을 맛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지요. 제 감성이 살아있고, 소리를 분별해 내는 뛰어난 귀가 있고, 생각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손이 있기에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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