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의 사회의 종말은 이미 십 수 년 전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생산되는 제품을 소비하는데만 길들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하는 어떤 물건이든 돈만 주면 누군가가 작업의 번거로움을 대신해줍니다. 오디오나 프로젝터 등의 전자제품, 하물며 특별한 날의 의미를 담은 카드 한 장 까지도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요즘 세상이지요. 심지어는 식탁에 차릴 국과 반찬들까지 사다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기쁨에 취해 사는 유별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우리는 '브리콜뢰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프랑스어는 그만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에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장인정신을 가진 그들.
그들이 이런 손재주를 발휘하는데는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장이나 재료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간단한 연장을 통해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생명력을 잃은 나뭇가지에 새가 앉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보릿짚이 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학교 책상의 나무판자를 뜯어내 전자기타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며 이제는 '고물'이 되어버린 앰프가 아름다운 선율을 증폭시켜주지요. 재활용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재생시키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마법은 바로 기묘한 손재주. 이들 중에는 타고난 손재주꾼의 피가 흘러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만드는데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이들이 상당수였습니다.
더구나 취재를 통해 만난 '브리콜뢰르'들은 타고난 손재주를 '밥벌이'에 이용하는데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어서 만들 때의 기쁨이 오히려 배가 된다고 말하는 인물들입니다. '취미'에 푹 빠져 그 황홀감을 즐기는 진정한 예술가라고나 할까요?
손끝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함께 구경을 떠나보시죠.
▲브리콜뢰르(bricoleur)란
'손재주꾼'을 일컫는 프랑스어.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저서 '야생의 사고'에서 원시 부족사외에서 신화와 의식으로 대표되는 부족사회의 '브리콜라주'(bricolage''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 혹은 '수리'라는 사전적 의미)에 주목하고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를 행하는 사람을 '브리콜뢰르'라고 했다.
'브리콜뢰르'는 한정된 자료와 용구를 가지고 작업해야 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 넓은 범위에 걸쳐 다양한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손재주를 가진 인물을 가리킨다. (라이프매일 2006년 7월 20일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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