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의 남다른 교육열은 분명 오늘날 국가 발전의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자식을 위한답시고 일으키는 교육바람은 도를 넘어 집착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강요하거나 주입하는 일은 차라리 광풍(狂風)이 아닐까요. 어릴 적 교육은 올바른 인격의 도야를 위한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희유치원 박영희(56) 원장은 교육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지식도 좋지만 창의적 인간형을 준비하는 실생활 교육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거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듣고 많이 만져봄으로써 전인적인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박 원장이 자주 가는 삼척 회 수산에서 음식과 유아교육 전반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5년 전 교육청에서 실시한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선진국 시찰기회가 있었죠. 그 때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지를 둘러보면서 유치원 교실마다 놓인 어린이 키높이의 싱크대와 조리기구들을 보고 처음엔 많이 의아해 했습니다."
유아기는 인격이나 학습능력 발달에 있어서 전조작적 사고 단계에 속한다. 때문에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감각활동은 창의력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이런 창의력 형성에 요리활동만큼 좋은 교과내용은 없다. 요리는 또한 수리와 과학, 언어 영역과도 통합적인 접근이 이뤄진다.
"돌아와서 당장 유치원에 싱크대를 넣고 요리활동을 교과 과정에 편입시켰죠."
결과는 유아들에게 대만족. 재미있는 놀이만큼 적극적인 활동을 이끄는 힘은 없다는 것을 실증한 셈이다. 부모 욕심에 이것저것을 억지로 강요하면 선천적인 재능마저 숨어버릴 수가 있다. 원해서 하는 자발적인 일은 의외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박 원장의 유아교육 철학이다.
"수업 중인 유치원 교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 재능의 싹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용시간에 손끝 움직임이 예쁜 아이가 있는가 하면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도 있죠."
평생을 좌우하는 식습관도 유아기에 길들이기 나름이다. 박 원장은 소풍이나 야외학습 때 원생들의 도시락을 철저하게 검사한다. 본인 스스로도 '별난 원장'이라고 할 정도다. 햄, 소시지, 탄산음료는 배제하고 김밥에 과일, 생수 1병만 들고 오게 한다. 일반 과자나 튀김, 패스트 푸드는 먹지 못하게 한다. 먹는 음식이 정갈해야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삼척 회 수산'도 그래서 자주 찾는다. 외관은 다소 허름해도 수족관 관가 깨끗하고 삼척 현지서 잡은 넙치류로 만든 세꼬시와 토속적인 찬거리가 입에 맞아서다.
"이 집은 가자미, 도다리를 가는 뼈 째 썰어 된장에 찍어 먹는 맛이 쫄깃하고 고소해 그 날로 단골이 되다시피 한 겁니다. 특히 회를 먹은 후 해물로 우려낸 육수로 끓여낸 얇은 수제비국은 새로운 맛의 경험이었죠."
박 원장에게 수제비는 어릴 적 추억의 한 자락으로 돌아가게 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당시 엄마가 수제비용 밀가루를 반죽하고 계실 때 그 부드러운 촉감이 너무 좋아 손으로 만지작거릴라 치면 제 손등을 딱 치시며 쫓아내곤 했었죠."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지금도 박 원장은 자주 원생들에게 밀가루 반죽 놀이를 시킨다. 밀가루에 여러 식용색소를 첨가해 반죽을 만들어 갖가지 모양의 형태를 만들게 하는 놀이는 아이들에게 인기최고의 시간이라는 게 박 원장의 귀띔이다.
"그때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갖고 놀게 했더라면 지금 나는 조각가가 됐을지도 모르죠."
재능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도 모르게 그렇게 바람처럼 잠시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것. 따라서 억지로 시키는 과외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박 원장을 어린 추억담에서도 익히 알고 이를 유아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삼척 회 수산
대구 수성구 범어 1동 대백프라자에서 어린이 회관 가는 길목에서 황금시장으로 접어드는 소방도로 150m지점에 있는 삼척 회 수산은 겉은 허술해도 속은 알찬 세꼬시 전문 식당.
이 집은 고기의 굵은 등뼈만 골라내고 작은 가시와 싱싱한 육질을 잘게 채 썰어 실파와 마늘을 잘게 썰어 섞은 토속 된장에 비비듯 한 입 가득 먹는 회 맛이 뛰어나다. 횟감은 전량 자연산인 노란 가자미, 도다리 등으로 주인이 삼척에서 직접 수주해 들여온다.
밑반찬도 오징어순대 등 단순하지만 맛깔스럽고 특히 끝에 내는 해물 수제비는 바닷가에서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끔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문의:053)768-8050
글·사진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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