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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겨울예술-비발디 '사계' 중 '겨울'

여름이다. 턱까지 차오르는 도심의 열기는 한 겨울 매서운 바람까지 그리운 존재로 만든다. 여름에 만나는 겨울 풍경은 색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더위를 잠시 달랠 수 있도록 겨울을 담은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겨울을 주제로 한 음악 작품의 대표 주자는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이다. 소네트(14행으로 구성된 정형시)를 바탕으로 비발디가 40세 쯤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으로 각기 다른 사계절의 분위기와 색채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표제음악의 걸작이다.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과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계' 연주는 이무지치 실내악단이 최고로 꼽힌다. 이무지치 실내악단은 지난 4월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내한 공연을 가져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갈채를 받았다.

'겨울'은 연주시간이 10여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내용면에서 아주 뛰어나며 비발디의 아름다운 시정이 잘 나타나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 삽입돼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으며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시작부에 등장하는 서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도 '겨울'의 한 부분.

1악장은 총주(모든 연주자가 다 함께 연주하는 것)와 독주가 교대로 나타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네번 등장하는 총주는 꽁꽁 얼어 붙은 풍경과 추위에 발을 구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세번 등장하는 화려한 독주 바이올린은 매서운 겨울바람과 추위를 못이겨 치아를 떨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2악장에서 독주 바이올린은 따뜻한 실내에서 바라본 눈 내리는 창 밖의 정경을 유려한 멜로디로 전달하고 있으며 현악 합주는 피치카토(활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현을 퉁겨 연주하는 주법)로 눈 내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쉬지 않고 2악장에서 바로 연결된 3악장은 얼어붙은 경치를 그리고 있다. 독주 바이올린과 뒤 이은 총주는 빙판위를 조심스럽게 걷다 넘어지는 겨울의 군상을 나타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머지 않는 봄을 상징하는 남풍과 꽃샘추위를 연상시키는 매서운 바람이 음악으로 표현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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