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③치수(治水)가 어렵다

여름철 비만 오면 낙동강가 주민들은 마냥 불안하다. 언제 강이 범람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큰 비에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때에서 보듯 물난리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수해가 휩쓸고 가면 수천억씩 들여 제방을 쌓고 배수펌프장도 설치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낙동강의 지형적 특성이 원인이다. 물이 넓은 지역에 걸쳐 완만한 경사지를 천천히 흘러가기 때문에 비가 쏟아지면 제방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유유히 흘러가지만...

해발고도 1천300m(태백산)에서 출발한 강줄기는 166km 아래쪽의 안동에 닿으면 고도가 90m에 지나지 않는다. 안동에서 부산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344km를 매우 완만한 흐름속에 흘러간다.

강물이 경남지역에 들어서면 해발고도는 겨우 10m 안팎. 이로 인해 강 상류에서 끌고온 모래, 흙 등으로 하류지역에 수많은 배후습지와 자연제방을 만들어 놓았다. 낙동강은 상류에서 빠른 속도로 계곡을 굽이쳐 흐르다가 중류에서부터 굽이굽이 유유히 흘러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의 기울기가 너무 낮아 본류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기도 여의치 않다.

변덕스런 유량(流量)도 골치거리다. 지난 5년간 낙동강 하구와 가까운 경남 삼량진에서 측정한 순간 유량을 보면 2001년 최소유량(건조기)이 초당 7톤이었으나 2003년 최대유량(홍수기)은 초당 1만88톤이었다. 낙동강 하류에서 가장 건조할 때와 가장 큰 홍수 때의 물양이 무려 1천441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연중 갈수기 유량/풍수기 유량 비율 값을 하상계수라고 하는데 낙동강은 1/260(댐에 의한 홍수조절 후)나 된다. 한강은 1/90이고 양쯔강이 1/22, 나일강 1/30, 라인강 1/14 정도다. 다른 강에 비해 유량변화가 엄청나게 큰 것이다.

낙동강 유역면적(2만3천384㎢)이 한강(2만5천954㎢)보다 적은데도 지난 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물 관련 재산피해액은 낙동강 유역이 4조7천538억원으로 한강(4조932억원)보다 많았다. 낙동강은 인간의 손으로 통제하기 힘든 강이다.

■방법은 있는가.

전문가들은 낙동강이 수용력을 벗어나 과잉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에서는 물난리 위협이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낙동강물은 유량, 취수 등에서 불안정한 순환패턴을 갖고 있어 태풍만 몰아치면 주민들은 수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자연적인 하천 형태와 기능을 살리고 강 유역의 저수기능을 크게 하면 수해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현재처럼 강과 맞닿은 제방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범람이 잦은 곳은 물길 폭을 크게 늘리고 범람원을 확보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지류의 경우 본래 물길을 다시 살리고 하폭을 늘리면 낙동강에서 역류한 물로 인한 수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는 것. 류 회장은 "이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경우 건교부가 낙동강 유역에서 수해상습지로 지정한 232곳 가운데 절반 이상은 수해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연제방, 습지 등을 단순히 농토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홍수기에 범람할 수 있는 여유 토지를 만드는 등 범람평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실개천에서부터 본류에 이르기까지 물길 주변 곳곳에 식생대를 조성해 저류 및 정화 기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지적도 많았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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