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땜질식 복구에 신천은 '옆구리 터진 김밥(?)'

20일 오후 대구 신천교 부근. 이 곳은 지난 호우로 '옆구리 터진 김밥' 신세가 됐다. 강변 콘크리트 호안이 물살을 감당하지 못해 12m 가량 '시멘트 옷'을 벗은 것.

호안은 크고 작은 자갈들로 이뤄진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붙어 있는 콘크리트벽도 겉만 멀쩡할 뿐 속은 자갈이 모두 휩쓸려가 텅텅 비어있었다.

상동교 하류 지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15m 정도 유실된 호안에는 물길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부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다니기 겁난다."고 입을 모았다.

매년 장마·태풍 때만 되면 신천의 수해가 반복되고 있으나 대구시는 '땜질식 복구'를 계속, 비슷한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는 "신천 바닥의 자갈과 돌을 긁어 모아 둔치를 만들고, 그 위에 시멘트를 입혔기 때문에 폭우만 오면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강풍과 폭우에 지반이 약해지고 시멘트가 쉽게 벗겨져 호안이 유실되고 인공시설물과 조형물이 지탱하기 힘들다는 것.

경북대 토목공학과 김영수 교수는 "현재의 신천 둔치는 '빗물의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공시설물은 수해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며 "호안의 유실도 현재의 둔치 상황에서 파손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는 4천여만 원을 들여 신천변 호안 등 신천 둔치 수해복구작업에 나섰다. 또 대구시는 2004년 3월, 태풍 매미로 인해 파손된 신천 둔치와 제방을 보수한다며 모두 29억 원을 들여 복구공사를 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3개월 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 대구 16개 시민단체는 "대구시와 달성군이 수해복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신천 발원지부터 하류지점까지 콘크리트와 돌로 하천을 덧칠하고, 하천 바닥을 파헤쳐 신천이 거대한 인공수로로 전락했다"고 주장, 한동안 파문이 일었다.

올해 역시 똑같은 '땜질 처방'이 이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녹색살림생협 오창식 사무국장은 "호안 블록과 신천 둔치의 조형물이 파손되는 것은 인공하천이 가진 한계"라며 "외국의 선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40년 이뤄졌던 미국 미시시피강의 대단위 토목공사는 엄청난 자연재앙으로 결국은 자연하천으로 되돌아 갔다."며 "현재 신천 역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대학교 토목공학과 조정석 교수는 "매년 발생하는 하천 제방과 둔치의 유실문제에 대해 학회에서도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유수지나 습지를 조금씩 확보해 물길을 터주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상습적으로 파손이 될 염려가 있는 수충부(강가의 물살이 센 곳)같은 곳의 보안작업을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시킬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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