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 건물을 9일동안 점거, 농성을 벌였던 건설노조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쟁했을까?
자진 이탈한 노조원들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지난 13일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후 각 층별로 인원을 나눠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과 대치를 벌였던 전기분회 노조원 300여명이 5층에 자리를 잡는 것을 시작으로 6층은 제관분회 노조원 500여명, 이어 7층 비계분회 300여명, 8층 용접분회 400여명 등으로 분산, 배치하고 마지막 12층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토목분회 300여명의 노조원을 배치했던 것.
각 층에는 분회별로 소대장을 정해 지도부와 연락을 주고 받는 통로로 이용했으며 소대장은 자천타천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점거농성 기간중 낮에는 매시간 마다 6명씩 근무조를 편성하고 밤에는 각 층마다 1개 분대씩 불침번을 세웠다. 1개 분대를 불침번으로 세운 것은 갑작스런 경찰의 야간 기습진압에 대비하기 위해 인원수를 늘린 것.
지난 16일 밤 11시쯤 경찰이 기습적으로 진압에 나섰을 때도 경계 임무를 맡은 이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방어벽이 뚫리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경찰의 진압에 맞서 쇠파이프와 나무를 준비했으며 심지어 취사용으로 준비했던 LP가스통과 솥까지 무기화하는 치밀함을 보여 주었다.
노조원들은 또 옥상에 올라가 바깥 동향을 살피며 때론 경찰을 향해 돌과 쓰레기 등 오물을 투척하며 대항하기도 했다.이들은 농성 기간중 낮에는 사무실에 있던 책을 읽는가 하면 바둑을 두고, 저녁에는 TV시청을 통해 자신들의 농성상황을 파악하곤 했다.
집행부와 소대장, 분대장 등 편성으로 나름대로 위계질서를 잡아 놓았지만 군대처럼 명령에 무조건 따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노조원들은 "협상만 타결되면 되기 때문에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생각하고 농성에 임했다."고 밝혔다.
노조원 이모(35) 씨는 "자진해산하기 이틀 전까지는 각 층별로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며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결코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