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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위대한 양심

위대한 양심/ 지그프리트 피셔 파비안 지음·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양심(良心)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교통 규칙을 지킬까 말까' 하는 너무나 사소해 쉽게 무시하고 지나쳐버리는 것들로부터 사회나 국가의 존망에 관한 문제까지, 이 모든 것에 대해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에는 지은이의 말처럼 용기가 필요하다. 가끔 이 '용기'란 것은 단순히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인 피해를 감수한다는 것을 넘어선다. 자신의 신체 혹은 생명까지도 걸어야 가능한 경우도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8명의 인물은 바로 자신의 양심에 귀 기울이고 생명의 위협을 무릅썼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 안에 있는 양심의 경고와 명령을 따라 타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악의 유혹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그 옛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죽음을 선택했던 소크라테스로부터 최근 나치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다 숨진 조피 숄 남매 등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시대를 구별하지 않고 존재했다.

책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조피 숄과 프리드리히 폰 슈페, 한스 콜하제 등이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나마 조피 숄은 최근 영화화(조피 숄, 최후의 나날들)되면서 우리에게도 알려진 바 있다. 예수회 신부 프리드리히 폰 슈페는 '법적 의문점 경고'라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과오 중 하나라는 당시 '마녀사냥'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했다. 누구 하나 나서서 감히 저항할 생각도 할 수 없던 암울의 시대에 펜과 잉크와 종이로 투쟁에 나선 그였다.

부당하게 강탈당한 말 두 필을 되찾고자 투쟁의 길로 들어선 평범하고 선량한 상인 한스 콜하제의 사례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정의를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 밖에도 오직 '자유'를 찾기 위해 기나긴 투쟁을 했던 스파르타쿠스, 모두가 죄인으로 몰았던 드레퓌스가 무죄임을 '나는 고발한다'로 지지한 에밀 졸라,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국왕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던 토머스 모어,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죽음을 택한 소크라테스, 진리를 위해 절대 교권에 도전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의 투쟁은 당장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자유를 얻어냈다. 충분한 사료를 바탕으로 각 인물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들려준다.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양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양심은 위험하지만 숭고하며 고통스럽지만 자유롭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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