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순간지옥 탈출기

순간지옥 탈출기

세상 누구도 1년, 10년, 100년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살았던'사람이나, '살고 싶은'사람만 있을 뿐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눈 깜짝할 사이-瞬間(순간)'이다. 순간조차 미분하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해 온다. 그러나 순간이라 함은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음을 상징하는 표식이다. 너무나 짧은 순간 그래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하찮은 어떤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대체로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곳에 삶과 생명의 진수가 있다. 아니라도 최소한 행복의 출발을 여는 열쇠가 그곳에 있다.

순간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의 현재성을 의미한다. 시간을 의미하되 역사가 아니고 가능성도 아니다. 순간은 과거와 미래의 출발점이고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실존하는 유일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제국에서는 역사가 존중되고 감각의 제국에서는 가능성이 득세할 뿐 순간은 자신이 전부임에도 하찮게 버려질 뿐이다.

윤회는 상당한 설득력을 역사적으로 획득한 신화이다. 그러나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출발점과 종말점을 가진 직선적 시간이 圓形(원형)이 된 것에 불과하다. 윤회는 순간에 대한 범인들의 일상적 자각을 독려하는 어느 선각자의 압력수단이다. 시간의 역사 그리고 윤회는 순간을 통해서만 原形(원형)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 순간만이 시간을 無化(무화) 시킬 수 있다. 시간성, 다시 말해 限時性(한시성)을 전제로 한 영원성은 시간적 혹은 한시적 노력을 통해 성취될 수 없다. 영원은 순간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 영원은 그대로 순간이다.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 자리 이 시간은 거대한 윤회의 바퀴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완전할 뿐이다.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지금도 셀 수 없는 순간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쁨의 순간, 고통의 순간… 수없이 많은 순간의 수식어를 떼고 순간 그 자체를 보자. 돈, 명예, 권력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독점하여 다 가졌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 영원한 행복의 세계로 갈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순간'을 만나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주어진 삶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순간을 주목하고 그곳에서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이 찰나적 순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황보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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