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포장용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내용물만 보충하는 리필(refill)제품이나 의류·액세서리의 닳거나 낡은 부분만 수선해 다시 사용하는 리폼(reform) 상품 등 이른바 '리(RE) 상품'들이 유통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웬만한 것은 리필로 해결=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은 최근 리필제품 이용고객이 크게 늘면서 지하 식품관에 샴푸나 린스, 세제류 등 공산품 별도 리필코너를 마련했다. 백화점 공산품 코너에서 리필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용기제품에 비해 리필은 가격도 저렴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매년 판매량이 20~30% 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단위가격 표시제 이전만 해도 용기제품과 리필제품 구성비가 6대 4 정도였지만 최근엔 2대 8로 뒤집힌 상태다. 동아백화점 역시 2003년 이후 리필제품 판매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04년 35%, 2005년 24% 신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세제, 샴푸, 린스 등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리필제품이었다.
하지만 리필이라고 해서 무조건 싼 것은 아니다. 세제나 샴푸류의 경우, 정상 용기제품에 리필을 끼워팔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필만 따로 사면 오히려 단위무게당 가격이 비쌀 수도 있다. 반드시 무게당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본 뒤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이마트 대구 5개점의 경우, 작년 상반기 66%이던 리필제품 구매가 올 상반기 73%로 증가했다. 특히 섬유유연제는 리필이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할 정도. 방충제도 전자식·액상식 판매가 늘면서 점차 리필로 구매 선호도가 옮겨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껌까지 리필한다. 이마트 대구 5개점 껌 매출 상위 1~10위 중 6위만 용기제품일 뿐 나머지는 모두 리필이다.
대백 프라자점 내 색조화장품 전문브랜드 '케사랑 파사랑'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리필제품 매출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파우더 제품의 경우, 케이스 포함 60g 제품이 4만 8천 원인데 비해 리필은 40g 3만 5천 원, 100g 5만 8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기존 용기 제품보다 20~4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셈. 기존에는 주로 색조 화장품 위주로 리필제품이 형성됐지만 최근엔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도 리필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헤라' 코너에서는 스킨, 로션 등 리필제품을 이미 판매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수선고객 증가=유행이 지난 옷이나 체형 변화로 못 입는 옷을 고쳐 입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같은 '리폼'(reform)은 일반 세탁소에서 단순히 옷을 수선하는 것과는 다르다. 단순히 사이즈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최신 유행에 맞춰 아예 옷을 새로 만드는 수준이다. 드레스셔츠를 비롯해 모피의류, 정장류 등 거의 모든 의류에 적용되고 있다.
대백 프라자점 7층 수선전문실의 경우, 유행이 지난 중·장년층 더블자켓 남성정장을 싱글자켓으로 수선하거나 투버튼 자켓을 쓰리버튼 자켓으로 수선하는 고객이 최근 20% 이상 늘었다. 여성의류는 스커트, 바지 등의 허리를 고치는 수선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수입재킷, 모피, 밍크, 트렌치코트 등 고가 제품 수선의뢰가 많다.
동아 쇼핑점 엘레강스 셔츠매장의 경우, 하루에 2, 3건씩 드레스셔츠 수선을 하고 있다. 칼라나 소매부분이 낡아서 부분리폼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칼라만 리폼할 경우 3천 원, 소매까지 함께 수리하면 5천 원을 받고 있다.
◆속옷까지 수선=겉옷뿐만 아니라 브래지어, 팬티 등 속옷 수선도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 란제리 전문코너에는 2, 3년 전부터 브래지어의 와이어, 끈 교체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남영L&F(비비안)의 경우, 속옷업계 최초로 대구지역에 무료수선센터를 설치해 자사 제품 브래지어의 둘레 줄임이나 와이어 교체, 봉제 및 어깨끈 수선, 거들이나 올인원 등의 길이줄임 등 다양한 수선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 대구점 비비안 매장 관계자는 "낡은 속옷제품의 수선의뢰 건수는 지난해 월 평균 30여 건이던 것이 올 들어 50여 건에 이를 정도"라며 "심지어 팬티까지 밴드부분과 원단 짜깁기 등의 수선의뢰가 간혹 들어온다."고 말했다.
◆보상교환 판매 인기=수선이 불가능하거나 유행이 지난 상품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상교환판매도 알뜰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19~21일 롯데 대구점에서 열린 '모피 리모델링행사'에서는 일 평균 300만 원의 높은 매출을 보였다. 백화점들은 드레스셔츠나 브랜드 의류, 수예소품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보상교환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보상교환판매를 이용하면 유행이 지나 장롱 속에 넣어둔 옷을 일정 값에 되팔아 신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역 백화점들이 실시하는 보상교환판매는 광고에 해당 브랜드를 명시하기 때문에 전단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알뜰살림의 한 방법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