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씨. 1972년생.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 환자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하다. 지금은 경산시내에 있는 온천골의 한 국밥집 '주차장 충성맨'으로 제법 유명인사가 됐다. 4년째 이곳 주차장에서 일해오면서 이 집의 마스코트가 됐기 때문.
지난 18일 낮 12시. 언제나 그렇듯 김 씨는 이날도 검은 모자, 빨간 장갑,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주황색 야광 교통지휘봉을 잡은 채 빨간색 파라솔 아래 서 있었다.
이곳에서 헌병처럼 서있다 차량 한 대가 들어서면 차렷 자세에서 곧바로 "충~성" 우렁찬 경례소리가 울려나온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차량이 나갈 때는 방향까지 잡아주고 역시 "충~성"이란 구령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차량들이 빠져나가고 조용해지면 혼자서 총검술, 제식훈련 등을 연습한다. 제대로 흉내를 낸다. 이곳으로 오기 전 인근 가구점에서 7년간 일했는데 담장을 사이에 두고 경찰기동대가 있어 항상 경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재주도 많다. 한가지 일에만 유독 몰두하는 성향이 강해 로봇 춤, 브레이크 댄스, 독특한 맨손 반주법 등 기가 막힌 개인기는 이 식당 손님들로부터 박수세례를 받기도 한다.
이젠 일부러 그를 찾는 손님들도 적잖다. 차에서 내려 직접 인사를 받아주기도 하고 조금씩의 팁을 주기도 한다. 한 달에 10여만 원 받는 팁은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자 자부심이다.
월급에다 팁까지 보태면 수입도 만만찮다. 돈버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그는 효자이기도 하다. 월급을 받을 무렵이면 어머니는 그에게 새 신발을 사준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다. 때문에 신발장엔 언제나 새 신이 가득하다.
김 씨의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출근 후 주차장으로 나갈 땐 반드시 주인에게 신고를 한다. 이 신고식은 점심을 먹거나 쉴 때도 빼먹지 않는다. 퇴근은 오후 7시. 피곤할 때는 오후 4시, 5시에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식당 주차장은 자신의 놀이터이자 일터. 집에 있는 것보다 이 주차장이 더 즐겁다.
김 씨의 꿈은 '경찰'. 경찰의 멋있는 제식동작을 보면서 부러워했고 따라하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실제 경찰이 식당에 찾아오면 있는 힘을 다해 "충~성"을 외치고 반가운 미소로 반겨준다. 한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수고가 많다고 하자 제식동작 시범을 보여주거나 군가를 불러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잖았다. 손님들이 "충~성"을 따라하며 놀리기도 하고 "됐다. 그만해라."고 할 땐 힘이 빠진다. 얼마 전엔 한 손님이 해병대 옷을 선물로 줘 입었는데 다른 해병대 출신이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해 벗어던진 일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항상 밝고 즐겁다. 일터가 있고 그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헤어질 때 양 볼을 힘껏 올리며 수줍은 듯 웃는 그의 표정엔 '세상을 담은 행복'이 가득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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