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觀海記(관해기)

觀海記(관해기)/주강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동쪽·서쪽·남쪽 우리 바다 구석구석을 찾아 발로 쓴 21세기 우리 바다 오디세이아. '관해기(觀海記-전3권)'를 읽으면 바다가 새롭게 보인다. '관해기'는 육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다 중심의 시각, 바다의 세계관으로 우리 바다를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바다는 크고 깊고 유장하여 동서고금의 야광주 같은 이야기가 많으며,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절대적 지식량이 요구되는 지구 유일무이의 미지의 공간'이라는 저자 주강현(해양문화재단 이사) 한국민속연구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는 새롭게 발견해야 할 미지의 시공간이다. 이 책은 바다를 향한 우리 인문학의 첫 대중적 안내서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자연 생태와 환경·역사·문화와 민속·일상사 등 바다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접근한다. 서해 난바다에 떠있는 고독한 섬 격렬비열도에서는 대륙과 문명 교류의 흔적을 찾고, 전설의 섬 이어도에서는 미래 해양과학의 희망을 발견하며, 울릉도 오징어와 대관령 황태의 맛을 예찬하다가, 동해 심해저의 무궁무진한 미래가치를 역설하기도 한다.

저자가 기술한 바다는 단순한 자연적·지리적 개념의 바다만은 아니다. 들숨과 날숨을 호흡하는 생명의 바다, 그리고 '인문의 바다'라는 함의를 가득 담고 있다. 역사지리와 민속사에 대한 깊은 지식과 해양학·생태학·신화학 등 관련된 다방면의 학문에 대한 생생한 학제연구와 취재를 바탕으로 우리 바다의 모든 것을 복원했다.

이 책과 함께 독자들은 바다의 중요성을, 바다가 담아온 그 깊은 역사와 이야기를, 바다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책의 각 권 말미에는, 여느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00여 명이 넘는 어민과 해양인들에 대한 감사의 글과 그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책을 완성시키기 위한 저자의 지난한 작업에 동참했던 사람들, 저자가 이 책의 1차 저작권자나 다름없다고 밝힌 사람들의 명단이다.

저자는 '관해기'를 집필하기 위해 생활사와 구술사·미시사·일상사·민속사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전국 바닷가와 섬을 답사하며 '비좁은 물길과 얕은 바다, 자잘한 잡고기와 어로에 숨을 건' 갯것들의 소중한 민속지식과 현장의 이야기를 채록했다.

해양학 일반은 물론이고 해양생물학·식생활사·조류학·조선공학·환경생태학·수중학 등의 온갖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반영한 것은 역사민속학자이자 해양문화사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바다를 발견하고, 이를 위해 십수 년간 자료를 모으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남이 알아주지 않았던 일에 일생을 바친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 3권을 통틀어 600여 컷의 귀중한 사진 자료는 100여 년 된 제주 잠녀 기록 사진과 전문 작가가 촬영한 수중세계의 비경, 대륙붕과 해초의 3차원 복원 영상, 고문헌의 지도 등 우리 바다를 다채롭게 담았다. 생명의 바다와 인문의 바다를 아우르는 바다 읽기로 올여름 무더위를 잊을 만하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