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한데이] 딸아, 햄스터는 천국 갔을 거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 3주 전에 큰딸아이의 10번째 생일선물로 햄스터 두 마리를 사다주었다.

평소 학교 갔다가 오면 컴퓨터게임에 빠져서 지냈던 딸아이가 햄스터를 갖고 나서는 완전히 생활태도가 바뀐 것 같았다.

매일 톱밥으로 잠자리를 갈아주고 해바라기 씨로 먹이를 주고 한 시간이 멀다하고 잘 지내는지 보고 정말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조금 왈가닥 성격이었던 딸아이가 햄스터를 마치 동생을 돌보듯이 키우는 모습을 보며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햄스터 한 놈이 다른 놈의 다리를 다 물어뜯어 먹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딸은 대성통곡을 하였고 할 수 없이 두 놈을 싸우지 못하게 다른 상자에 넣어 주었다.

하지만 불안해하던 햄스터는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딸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댔다. 마침 일요일이라 딸아이와 함께 불쌍한 햄스터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였다. 장지는 시골에 있는 텃밭 명당자리. 조문객은 간간이 내리는 굵은 빗줄기밖에 없었지만 곡괭이로 촉촉한 땅을 파고 저승 갈 때 먹을 해바라기 씨 한 주먹과 수의 대신 흰 화장지에 고이 싸서 묻어주었다.

"부디 좋은데 가서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잘 살아!!" 그렇게 기도하는 딸아이의 두 뺨에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 못 할 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거의 매일 매스컴에서 들리는 죽음의 소식에 무디어진 나의 감성이 한낱 미물의 죽음에도

이렇게 경건해질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경이로워진다.

이승준(인터넷투고)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