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점거 사태와 시민의 힘

포스코의 힘이 오늘의 浦項(포항)을 견인했다고 한다면, 이번 포스코 占據(점거) 사태에서 포스코를 구한 것은 시민의 힘이다. 포항 시민의 궐기가 국민의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점거세력의 힘을 빼게 하고 어영부영한 정부에 힘을 준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강경 방침에 점거 노조원들이 위협을 느껴 뿔뿔이 달아나는 형국으로 점거 사태는 끝이 났다. 그러나 정부가 잘한 것은 없다. 초기부터 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아 不法(불법) 사태를 9일이나 끌게 만든 책임이 있을 뿐이다.

포스코 점거 사태는 지난 13일 오후 시작됐다. 포항 지역 建設勞組員(건설노조원) 2천500여 명이 포스코 본사에 기습 난입한 것이다. 이들은 직원 600여 명을 9시간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원청 회사라는 이유로 포스코를 점거했다. 명백한 불법이었다.

경찰은 16일 밤 점거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대원들을 투입했으나 거센 抵抗(저항)에 부딪혀 3시간만에 물러났다. 노조원들이 극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 빚어낼 쌍방 피해와 불상사에 대해 경찰로서는 책임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상위의 입장이 불분명했던 탓이 컸다. 그래서 포항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궐기대회를 열어 불법 점거와 정부의 無能(무능)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公權力(공권력)은 힘 없는 개인의 사소한 불법에는 필요 이상으로 단호하고 강경한 반면 다중의 폭력과 불법엔 약하고 순한 모양새를 보여왔다. 특히 참여정부는 진보적 색채를 두른 多衆(다중)의 불법 시위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민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이 정면 대응을 피하는 처세를 보여왔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다 보니 이런 것들이 민주화의 한 형태, 민주질서의 한 방식인 양 우리 사회에 착근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괴한 현상이 사회를 지배해서는 민주도 질서도 없다.

포스코 사태에서 보여준 시민의 힘이 그래서 신선하고 소중하다. 御用(어용) 시민단체, 장삿속 시민단체가 아닌 순수한 시민들의 결집된 힘, 이런 힘이 지역 사회와 지역 경제를 지키고 왜곡된 민주주의를 바로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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