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調(시조)는 700여 년 민족의 얼을 담아 온 우리 고유의 문학 장르로 민족 아이덴티티의 한 구성 요소다. 이를 계승하고 있는 現代時調(현대시조)는 현대의 언어로 현대인의 성정을 정형적 음률에 맞춰 나타낸 우리만의 詩(시)다. 이 때문에 현대시조는 짧으면서도 완벽한 형식과 寸鐵殺人(촌철살인)의 내용을 끌어안는다. 세계화 시대에 이 장르는 고리타분하다고 할는지 모르나 늘 새로움을 지향하는 시이기도 하다.
쪊현대시조 100주년 기념사업회(회장 이근배)는 어제 '시조의 날' 첫 행사를 서울 송현클럽에서 가졌다. 현대시조의 효시로 보이는 大丘女史(대구여사'필명)의 '血竹歌(혈죽가)'가 대한매일신보에 발표된 1906년 7월 21일을 '시조의 날'로 정하고, 선언문도 발표했다. 최남선이 시조시집 '백팔번뇌' 서문에 '1904년에 시조를 썼다'는 기록이 있지만, 전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쪊시조시인 김제현 씨는 '시조의 날 선언문' 낭독을 통해 '시조는 우리의 전통시이자 민족시로서 세계 유일의 문학적 형식'이라면서 '우리는 좋은 시조 작품으로 국민 정서를 대변하고, 누구나 쉽게 시조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시조가 전 민족적인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조시인 101명의 작품을 담은 102권짜리 시조시집 합동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쪊현대시조의 기원에 대한 學界(학계)의 견해는 분분하지만, 현존하는 대구여사의 시조 '혈죽가'를 효시로 보고, 시조 관련 기념일을 정한 건 무리가 없어 보이며,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시조는 일제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의 충절을 기리고, 詩想(시상)과 형식이 古時調(고시조)의 모습이나 시대와 사회에 응전하는 새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쪊시조는 현대문학의 비주류로 밀려나 있다. '주변부 장르' '시대적 사명을 다한 장르'로 여겨진다. 현대인의 복잡한 內面(내면)과 情緖(정서)를 반영하기엔 구성이 단순하고 형식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조가 우리의 독특한 문학 장르로 연면히 계승돼 왔고,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이어져야 한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참된 正體性(정체성)을 지키는 유일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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