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9일 동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포항 건설노조원들의 점거에서 근 열흘만에 풀려난 포스코 본사는 한 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잠겨 있어야 할 문서보관용 캐비닛과 책상 서랍 상당수가 열려져 있었고 업무용 컴퓨터와 책상 등이 파손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또 여기 저기 사무실 천장이 뜯겨져 나가 수백 가닥의 전선이 어지럽게 아래로 늘어져 있는가 하면 칸막이 유리창과 의자 수백개가 부서진 채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바닥의 카펫도 온갖 오물로 뒤범벅돼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처럼 갖가지 사무집기와 컴퓨터 등 전자장비가 파손된 피해도 적지 않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대외보안' 등급의 각종 기밀서류와 컴퓨터파일, 소프트웨어 등이 혹시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포스코가 국내외 철강업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을 감안할 때 만에 하나라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조강능력과 기술력 양면에서 세계 철강업계의 손꼽히는 '강자'다.
그런 포스코의 경영기밀이 혹시라도 밖으로 빠져 나가 외국 경쟁회사 등에 흘러 들어가면 포스코 자체는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의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건설노조원들이 9일간 점거한 본사 5-12층에는 회장실과 14명의 임원실 외에도 기술개발.재무회계.공장설비.인사관리 등 핵심 부서 사무실이 모두 있다.
그런 데서 노조원들이 마구 열어 제친 캐비닛과 컴퓨터, 책상 서랍 등에 각종 서류와 설계도면, 기술보고서 등 중요 자료가 들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포스코측은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찰의 협조를 얻어 농성장에서 빠져 나오는 노조원들에 대해 개별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했다.
중요 컴퓨터 부품과 파일 등을 몸안에 숨겨 나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로 샅샅이 몸 검사를 했고 심지어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와 소형 디지털 카메라의 영상파일 내용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대다수 노조원들은 경찰에서 "담배 등을 찾기 위해 사무실을 뒤지기는 했지만 다른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회사측으로부터 기밀 파일 등의 분실신고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현장감식이 완료된 뒤 포스코 직원들이 회사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하면 걱정했던 문제가 일부라도 현실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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