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수퍼마켓을 하던 배모(46) 씨. 그는 최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불행의 시작은 배 씨 가게 근처에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서부터. 손님은 급감(急減)했고 그는 당장 물건 값을 대기도 버거웠다. 급히 사채 800만 원을 빌려 썼고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그는 남몰래 자취를 감췄다. 가족들은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잠시 기를 펴는 듯했던 경기상황은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고 기름값 및 각종 물가인상으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빚더미' '압류인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공단을 통한 대구·경북지역 개인회생·파산 법률 대리 건수는 2003년 전무했지만 올 상반기엔 이미 140건에 이른다. 개인회생 역시 2004년 2건에서 2005년 12건으로, 올들어서는 6월말 현재 22건으로 급증했다
서민생활의 피폐에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양극화' 현상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국내 가구 중 소득상위 20%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645만 8천 원으로 지난 2003년 같은 기간(544만 9천 원)에 비해 18.5% 증가했다. 그러나 하위 20%는 2003년 69만 5천 원에서 2006년 77만 2천 원으로 고작 7만7천 원(10.7%)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엔 서민생활과 직결된 경유 가격도 자꾸 오르고 있다. 24일 현재 대구주유소들의 ℓ당 평균 경유 판매값은 평균 1천300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버스가 20대에 이르는 대구 북구의 한 관광버스 업체는 운행횟수는 주는데 기름값은 계속 오르면서 운임의 60%가 경유값으로 나가고 있다. 업체관계자는 "3년전 기름값 비용은 운임의 30%에 불과했다."며 "무턱대고 기름값만 올려서는 전세버스 업계가 모두 도산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손님이 없어 문닫는 식당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요식업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대구의 요식업소 수는 2만 6천822곳으로 2003년(2만 9천419곳)보다 2천597개소가 줄어들었다.
오르는 물가는 서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입시학원비 등 교육물가는 최근 몇 년새 상승률이 최대치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반 입시학원 수강료는 1년 전 보다 평균 8.3% 올랐다. 이같은 상승률은 지난 1996년 7월의 8.7% 이후 가장 높은 수치. 지난 달 미술학원 수강료는 1년 전에 비해 3.4% 올랐다. 지난 2004년 8월의 4.6%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피아노 학원 수강료도 올들어 매월 평균 0.4%가량 올랐다.
학교 납입금과 문방구 등을 포함한 전체 교육물가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에 가깝게 뛰었다.
이런 가운데 수돗물 요금이 조만간 10% 정도, 하수도요금도 10%가량 오를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어려움을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조사결과, 지난해 수입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가까이 올라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수입물가의 상승에다 공공요금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하반기 소비자 물가 불안상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용호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현 정부가 밑바닥 경제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더 이상 세수를 늘리려 하지 말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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