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기관 양해한 중개료 수수도 '알선수재'

금융기관의 의뢰를 받아 투자자를 모아 주식거래를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았더라도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의 알선을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하이닉스 출자 전환 주식을 저가에 낙찰받게해준 대가로 투자자들로부터 모두 13억 5천만 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로 기소된 이모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이씨는 2004년 7월 입찰방식으로 매각하는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200만 주와 100만 주를 입찰대행하는 증권사에서 낙찰받도록 해 준 대가로 박모, 황모씨로부터 모두 13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10억 원이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증권사 측은 입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 매수자를 미리 정하고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에 공개 입찰에 응한 뒤 낙찰되면 수수료만 받고 주식을 넘기는 식으로 전매 차익을 올리기로 하고 안모씨 등 3명을 통해 알게 된 이씨로부터 소개받은 투자자 박씨 등에게 주식을 팔았다.

당시 하이닉스 주식은 장내에서 1만 2천 원대에 거래되고 있었지만 입찰방식으로 은행이 매각하는 출자전환 주식은 6천 원 선에서 낙찰가가 이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그 임직원의 직무 사항에 관해 제3자를 알선해줄 것을 의뢰받고 금융기관에서 금품을 받는 행위는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거래상대방인 제3자에게서 대가를 받았더라도, 금품을 건넨 사람은 알선을 의뢰하는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금품수수 행위를처벌할 필요성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런 행위를 처벌하면 오히려 금융기관이 주체가 되는 사적 거래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알선'은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해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정당한 직무행위에도 적용된다. 반드시 알선 의뢰인이 먼저 제안해야 성립하는 게 아니라 알선 행위자가 미리 물색, 협상한 거래를 제안받고 그 대가 지급을 수락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투자자에게 금융기관인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알선해준 대가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이상 증권사가 투자자들보다 먼저 피고인들에게 주식 매매거래 알선을 의뢰했는지와 관계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 특경가법 제7조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행위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사서도 안된다'는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을 금융기관 임직원의 업무에서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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