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에프 전 아프간 대사, 관타나모 참상 책 발간

"발가벗겨지고 수면을 박탈당하는 등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하에서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사를 지낸 압둘 살람자에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에서 4년여를 보낸 그가 관타나모 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 책 '관타나모의 실상(A Picture of Guantanamo)'을 펴냈다.

이 책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이번주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수백권이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에프 전 대사는 22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책에는 3년 10개월간의 구금 생활 동안 내가 본 것과 들은 것, 내가 감내해야 했던 모든 것들과 또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요즘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장기간 수면을박탈당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기술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나를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우리는 수없이 발가벗겨지고 처벌을 받았으며, 한 달에 10일, 20일 동안 잠을 못 자게 했다"고 주장했다. 자에프 대사는 가장 큰 잘못은 기소나 재판없이 사람들을 수용소에 구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전투원이 아니며 미국인들과 결코 싸우지 않았다. 나는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일을 비난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정의"라고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대부분은 정식 기소가 되지 않은 채 수감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인권단체와 유럽 국가들은 줄기차게 이 수용소의 폐쇄를 요구해왔다.

그는 또 책에서 미군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모독해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격분시켰다고 썼다. 영어와 아랍어가 유창한 자에프 전 대사는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 기간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탈레반의 입장을 대변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탈레반 정권 붕괴 후 파키스탄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뒤 지난 200 2년 초 체포돼 미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한편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23일 이라크에서 미군에 구금된 이라크인들이 미 수사관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매를 맞고 수면을 박탈당하는 등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는 이라크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문과 학대가 이례적인 경우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수감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불·워싱턴A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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