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4대가 전통옹기의 맥을 잇고 있는 상주 이안면 흑암리 상주토기의 '상 독꾼' 정학봉(81) 옹이 무형문화재로 인정된다. 경북도는 최근 정 옹을 7대째 전통옹기 맥을 잇고 제작방식이나 과정, 생산품의 종류 등 전통적 옹기제작에 충실해 문화재로 지정, 전승·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무형문화재로 인정예고 했다.
정 옹은 광명단(납이 섞인 유약)을 발라 저온에서 굽는 요즘 기법과는 달리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1천200℃의 고온으로 굽는 전통기법을 그대로 고집해 오고 있다. 옹기 제작에 필요한 흙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색다르다. 일명 약토(藥土)라 불리는 것으로 주로 이안면 일대 야산 등지에서 수십년간 낙엽 등이 썪어 내려 삭은 흙을 사용한다. 숨쉬는 옹기 제작을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흙과 제작 초기부터 정성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옹의 옹기제작 기법은 아들 대희(47) 씨가 지난해 '독 꾼 대물림'을 통해 잇고 있으며 6년전 결혼 한 손자 창준(26) 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옹기 제작기술 전수에 뛰어 들었다. 또 창준씨의 아들인 증손자 웅혁(6) 군도 네살때 부터 옹기 제작에 소질을 보이고 있어 8대째 가업 전수에 문제가 없게 됐다.
옹기 대장일을 해오던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옹기일에 관심을 가졌던 정 옹은 14세때 부터 옹기를 만들기 시작해 150년의 전통가업을 5대째 이어오면서 벌써 57년 독꾼 인생을 살고 있다.
정씨 집안은 대대로 장류를 담는 대옹(大甕) 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숨쉬는 옹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고르는데서 부터 화공약품이 든 유약을 대신해 나무를 태운 잿물과 청정수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숙성, 정제과정을 거쳐 만든 고운 입자의 천연유약을 사용하고 있다.
또 성공율이 50%에도 못미쳐 경제적 손실이 만만찮지만 전통기법을 고집하기 위해 1천200℃의 고온에 구워낸다. 이 마져도 환원불(굴뚝 개폐를 조절해서 불이 가마안에서 돌도록 하는 기법) 가마 기법으로 옹기 흙에 함유된 불순물을 없애고 있다.
직접 생산해낸 옹기에다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를 담그는 '장 체험관'을 마려해 두고 있는 정옹은 옹기 박물관과 함께 전국 제일의 전통 옹기·장류 체험 교육장으로 만드는게 가장 큰 소원이다.
정 옹은 "지난해 독꾼 대물림을 통해 아들에게 10말들이(200ℓ) 독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독은 밑동과 위 테두리는 물론 옆구리 등 독 전체 두께가 같고 사방에 기포가 있으면 안될 정도로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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