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주공산 與, 꿈틀대는 차기대선 '잠룡그룹'

5·31 지방선거 참패 후 여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의 '낙마'로 무주공산이나 진배없는 상황이 돼 버린 여당 내에서 예비 대권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켠 인물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이달 말께 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천 장관은 당내 일각의 '호남 후보 필패론'에 대한 대응논리도 개발 중이다. 그는 당 복귀 직후인 내달 초께 자신의 연구소인 '동북아전략연구원' 이전 개소식을 갖고 사실상 준(準)대선캠프 성격으로 확대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 장관이 '호남 적자'를 자임하고 나섰다면, 영남쪽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는 김혁규(金爀珪) 전 최고위원이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경쟁상대였던 김두관(金斗官) 전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와중에 '정동영 의장 탈당'을 주장하면서 당내에서 고립되고 정치적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자신이 유일한 영남권 후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자임해 온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도 빼놓을 수 없는 잠룡그룹의 일원이다.

그는 최근 장관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인사들은 그를 '대선후보 경선 마당이 펼쳐지면 기꺼이 참여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 재편의 와중에서 열린우리당이 분화될 경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는 정파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부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직후 당 원내대표와 의장을 겸임하면서 온화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그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통합적인 인물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섣불리 몸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연말연초께 당에 복귀할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건 심각한 고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여당 지지층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역시 주시 대상이다.

최근 여권 내에서 '제3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등도 범여권의 잠룡으로 꼽을 수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