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전'을 찾아내지 못한 뒤끝의 한탄

대구 인구는 光州(광주)의 1.8배에 달하지만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 확보 규모는 그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민 1인당 확보액을 계산해 보니, 광주는 104만 원이나 되는데 반해 대구는 20만 원도 채 안 된다고 했다. 실제 확보 규모는 광주의 5분의 1에도 미달하는 셈이다. 되는 일이 없다는 自嘲(자조)를 입에 달고 살아온 지 오래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리라고 생각했던 지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역 개발 중심이 호남권으로 옮겨가 있을 개연성을 고려하더라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놀라운 정도를 넘어 지역민들로 하여금 정신이 확 들게 만들기 충분한 소식인 것이다.

이번 일을 두고 몇 가지 이유나 원인이 분석돼 제시되고 있는 중이다. "중앙정부가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어 광주를 지원한 결과"라는 대구시 측 주장에서는 다분히 지역 홀대론의 뉘앙스가 풍긴다. 중앙정권과의 인적 통로 단절론 또한 상당 폭 현실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딴 곳에 있다는 분석이 보다 호소력 있게 들린다. 대구시가 시의 적절한 발전 비전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너무 오랫동안 표류해 온 탓이라는 게 그것이다. 내년도 중앙 예산으로 광주는 1조 5천130억 원이나 요구했는데도 대구시 요구액은 겨우 7천312억 원에 불과했고, 이미 받아다 놓은 개발 예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남 탓은 절대로 돌파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제라도 自嘲(자조)가 아니라 自助(자조)를 통해 스스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김범일 대구시장 체제에 요구되는 과업도 그쪽으로의 대전환, 바로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당장 통할 발전 전략을 먼저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중앙정부를 감동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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