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뉴스 두 가지를 보고 들어야 했다.
하나는 내년도 국비 예산 지원에서 대구시가 광주시에 비해 무려 5분지 1 수준(인구 대비)밖에 얻어내지 못했다는 어두운 뉴스였고, 또 하나는 이번엔 뭔가 개혁적인 CEO의 마인드로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우리라 믿고 찍어 준 시장'지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낙마한 한 여권 인사를 모셔 놓고 예산 지원 '부탁'을 하는 TV장면이었다.
김범일 시장, 김관용 도지사가 부시장'부지사까지 대동, 좌우에 배석시켜 놓고 열심히 메모를 해가며 모신 인사는 이강철 대통령 특보. 이강철 특보로서야 신임 시장'지사가 지역을 위한 일로 만나자는데 굳이 마다할 리 없고 속 좁게 선거 떨어진 서운함이나 여'야라는 정치적 입장을 가려 거절할 수도 없는 처지다.
선뜻 참석해서 귀담아들어 주고 '애써 주겠다'고까지 했다니 고마우면 고마웠지 초대된 손님 쪽을 보고 왈가왈부, 유쾌'불유쾌를 논할 건덕지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왠지 떨떠름하고 유쾌하지 못한 여운이 남는 것은 왜일까. 신임 시장'지사가 大道(대도)로 가지 않는 듯한 데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6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은 어떤 기대와 희망으로 두 사람을 뽑아 주었던가. 변화된 경영 마인드, 혁신적인 기획 능력, 행동하는 추진력으로 지역의 변혁을 일으켜 보라고 몰표로 힘을 실어 주었다.
600만 지역민을 든든한 배경으로 믿고 소신껏 싸워 밀고 나가 개혁해 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임기 시작 초장부터 시도민 앞에 보여 준 모습은 대통령의 사적인 실세 그것도 공식 정부부처기관 장차관도 아닌 인물에게 시도민 대표 이름으로 SOS를 치는 모습이었다.
과거 공화당 민정당 TK 정권 30년 시절 '백'과 연줄과 학맥으로 엮어 전화 한 통, 청탁 한 번으로 예산이고 인사고 다 따내던 고질적인 안이한 舊習(구습)을 다시 되풀이하는 듯해 유쾌하지 않다는 말이다.
새 시대는 지자체 경영도 正攻法(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친구에게 부탁하면 합리성이나 사업 타당성이 낮은 프로젝트에도 예산(세금)을 주리라는 논리는 TK 시절의 낡은 논리다. 지역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정부 중앙 부처조차 경탄할 만한 국익에 우선되는 지역 프로젝트를 개발해낸 뒤 설득과 추진력으로 공식 루트를 통해 예산을 따내는 것이 大道로 가는 길인 것이다.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기 위해선 여'야든 실세든 친구든 시시콜콜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손잡고 도움 받자는 게 뭐가 나쁘냐 할 수 있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필자도 도움 주는 쪽의 '성분'을 가리라고는 안 했다. 단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고 세금은 타당하고 공정하고 국익의 우선 순위에 맞춰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장 기초적인 합리와 형평성이 지켜져야 제대로 된 국가 개발이 이뤄진다.
권력자의 실세나 집권 정당의 지역주의 파워게임에 의해 국민세금이 이리저리 휘둘려 쓰인다면 부패다. 그런 불합리와 불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大道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푼 덜 받더라도 그렇게 가야 하고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언젠가 제자리를 찾게 된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새 시장'지사에게 그런 새 시대의 개혁정신을 요구했던 것이다. 한두 가지 사업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인맥과 정권의 힘으로 예산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폐습을 깬다는 개혁의 자세로 가 줬으면 하는 것이다.
어느 정권 어떤 실세도 시도민보다 더 힘이 셀 수는 없다. 실세 모셔 봤지만 며칠 뒤 정부는 대구 예산을 광주의 5분의 1 수준으로 깎아 버린 걸 보지 않았는가. 유능하고 존경하는 김 시장님, 김 지사님, 나라의 깨끗한 미래를 위해, 600만 시도민의 자긍심을 위해 용기를 갖고 大道로 가세요. 힘든 大道로 가느라 냉대받고 예산이 궁핍해진다면 시도민이 이왕 그렇게 보낸 세월 남은 1년6개월쯤 꾹~ 참아 줄지 누가 압니까.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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