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이 결여된 창의력은 흉기에 불과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뜻밖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만난 황석근 경북대 사범대학장은 이날 오후 갖게 될 '학부모 교실' 에서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 내 아이를 영재로, 우등생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인간성을 부르짖겠다니, 과연 '먹힐까'?
"사실 우리 아이를 1등으로 만들 요량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자 입장에서는 어떤 교육이든 가치지향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공부 기술에만 도움이 되는 창의력은 근시안적인 처방에 불과하니까요."
황 교수가 창의력 강연을 하면서 미리 준비한 유인물에 '창의(意)력'을 '창의(義)력'으로 표현한 배경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그는 이날 매일신문사와 공동주관한 '자녀교육지원을 위한 학부모 교실'의 첫 강연자로 나선 참이었다. 그의 생각은 옳은(義) 방향, 즉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적 가치를 이루는 창의성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한 창의력은 그가 생각하는 창의력이 아니었다.
수학과 출신 치고는 의외의 발언이었다. 더욱이 그는 1998년 경북대 영재원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2000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출제위원을 맡기도 했다. 영재 교육에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보낸 그가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우선 창의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속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먼저 시범 보이고,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줘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상상력의 발현과 관련해 게임소프트웨어를 예로 들어 말했다.
"게임 CD 한 장을 볼까요. 아무리 간단한 게임이라도 '스토리'와 '배경음악'이 있어야 하고 지향하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게임화하는 기술은 그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상상력이 기술을 이끄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창의력은 변형과 모방에서 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서나 다양한 체험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단 8월말까지 잡혀 있는 학부모 교실 일정을 참석자들의 호응에 따라 더 늘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범대에 국한하지 않고 인문대, 자연대 교수들도 동참시켜 강사 풀(pool)을 늘일 것이라고 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많지만 시대를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인간성을 갖춰야지요. 학교나 학원이 미처 충족시키지 못하는 몫을 부모님들이 해주셔야 합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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