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의성이 경쟁력이다] 창의력은 創義力이다

▨ 창의력이란

국어사전에는 창의력을 '새로운 착상이나 의견을 생각해 내는 능력', '새로운 생각이나 방안을 만들어 내는 능력'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의력(創意力)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창발력(創發力),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창조력(創造力)이라고 한다. 각각 '아이디어(意)', '표현력(發)', '만들기(造)'에 주안점을 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창의력은 意, 發, 造의 모두를 포함하면서 가치지향성에 바탕을 둔 용어이어야 하기 때문에 創義力이라고 표현해야 마땅할 것이다.

최근 국가 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 육성을 목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창의력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창의력이 강조되어야 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데, 이는 유태인 정치철학자 한나아렌트(1906~1975)의 '인간의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조건이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답게 성장하고, 완성된 인간으로 성숙되는 것이다. 또 성장의 과정으로서, 첫째, 살아남기 위하여 노동하고, 둘째, 창조적으로 작업하며, 셋째, 사회적으로 행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창의력 기르기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길러지는 것이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인간은 누구나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잠재한 창의력을 길러 발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생활습관화하는 것이 창의력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 호기심 가지기. 호기심은 질문을 낳고 질문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만든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은 문제 발견 및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창의력의 가장 기초적인 바탕이 된다.

둘째, 기초지식을 다지고, 기존 지식을 활용하거나 모방하되 새롭게 변형하기. 창의력의 創은 倉과 刀가 결합된 글자이며 이는 곧 창고(기존의 지식)를 들쑤신다는 것으로 기존의 지식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셋째,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상식이나 고정된 생각에 빠져 있는 이른바 기능적 고착은 창의력 발현의 가장 큰 저해 요인 중 하나다. 이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 상식을 재검토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이다.

넷째, 말장난과 아이디어의 유희. 창의력은 발산적 사고와 사고의 유연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말장난 내지 아이디어의 유희는 사고의 유연성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섯째, 자료의 주시. 흔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 분류하고 공통의 특성을 찾아내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 창의력 교육의 방향

'인간의 조건'에서 말하는 창의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완성을 위해 성장해 가는 가치 지향적 창의를 말한다. 미래 사회에서의 진정한 의미의 창의력은 사회 도구적 기능보다는 인간애를 가지고 인간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요건이다. 미래 시대의 창조는 문학적 상상력, 철학적 통찰력을 요한다. 그래서 창의성 교육은 가치 지향성에 바탕을 두고, 문학, 예술, 과학을 동시에 닦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우리의 가능성은 옛날 노래 '달아 달아'에서 발견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이것은 우선 노래이니까 예술이고, 이태백이 등장하니 문학을 터치한다. 초가삼간이지만 집을 짓는다니 공학(건축)을 논하고 있으며, 금도끼로 찍고 은도끼로 다듬으라는 건축 방법을 제시한 것은 과학기술을 말한다. 나아가 집을 짓는 목적을 양친부모 모셔다가 함께 살려고 하는데 두고 있느니 이 얼마나 가치 지향적인가. 게다가 천년만년 살려 하는 것은 종교와 같은 영원성의 추구가 아니던가. 이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는 진작 최고의 창의성 교육의 지표와 가능성이 기약되어 있었던 것이다.

황석근(경북대학교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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