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를 두고 댐 건설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댐 건설 의견을 먼저 낸 곳은 정부와 열린우리당. 현재의 댐 홍수 조절 능력으로는 집중호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대형 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환경전문가들은 호우 피해가 커진 원인이 난개발과 하천기능 상실인데 정부가 댐 부족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토의 크기는 세계 109위인데 대형 댐 보유 규모로는 세계 7위인 나라에서 왜 댐 건설 논란이 다시 일어나는지 양측의 논리를 짚어보고 어느 쪽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판단해 보자.
▨ 호우 피해의 원인
댐 건설을 주장하는 측은 이번 피해의 원인을 댐 부족으로 지목하고 있다. 삼림훼손이나 난개발 역시 이유로 들고 있지만 피해가 커진 데는 댐 부족이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물난리 중 댐이 하나밖에 없는 남한강 수계와 댐이 많은 북한강 수계 지역의 피해 차이가 다목적댐의 홍수조절 능력을 잘 설명해준다.'(신문 칼럼) 여기에 댐 건설이 중단된 최근의 홍수 피해까지 보태 역설한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물 관련 자연재해로 인한 연평균 피해액은 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남한강 유역은 충주댐 하나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주댐은 북한강의 소양강댐보다 유역 면적이 2.5배 넓지만 규모는 작다. 더구나 하류의 지세마저 평탄해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2000년 중단한 동강의 영월댐이 계획대로 건설되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신문 칼럼)
그러나 환경보호론자들은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수해의 원인은 댐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지역 난개발이나 산림파괴, 제방을 직선으로 변경하고, 완충 초지대인 수변구역을 줄이는 등 무분별한 하천개발, 단기적인 졸속 방재 대책이 주요원인이다.'(민주노동당 논평) '이번에 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 인제와 평창군 일대가 이틀간의 폭우로 순식간에 피해를 입었던 것은 하천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곡 상류 곳곳에서 물길을 막는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진행되고, 하천 곳곳에 설치된 교량에는 간벌목과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어 물을 역류시켜 피해를 가져왔다. 강원도 내 계곡 곳곳에 난립한 펜션, 대규모로 산을 깎아 만든 골프장, 산사태를 야기시키는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 등이 문제이다.'(녹색연합 보도자료)
▨ 찬성-치수(治水)와 이수(利水) 위해 댐 건설해야
댐 건설로 홍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댐의 치수 기능을 중시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2000년에 백지화된 영월댐이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지금쯤은 완공 단계"라며 "영월댐이 있다면 이번 호우 때 경기 여주와 영월읍이 침수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탄강 역시 이번에 위험 수위를 넘었기 때문에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경보호론에 밀려 댐 건설이 표류한 데서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다목적댐은 홍수 조절과 수자원 확보라는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환경생태계의 변화와 사회적 문제로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댐 건설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다면 환경파괴를 내세워 꼭 반대만 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영월댐 건설이 중단된 동강은 그 후 유지·관리는 팽개친 채 유원지로 변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보다 나은 환경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동강을 유원지로 만드는 것이 보다 나은 환경의 보전인지도 의문이다.'(신문 칼럼)
댐 건설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걱정하지만 환경보호론에 밀려 지난 10년 간 댐 건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부각시킨다. '지난 10년 간 홍수 피해는 70~80년대에 비해 4.5배나 증가했지만 환경파괴 논란으로 3억t 규모 이상의 다목적댐 착공은 전무하다. 96년 저수용량이 비교적 적은 전남 장흥댐 건설이 고작이다.'(신문 칼럼)
여기에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를 고려해 수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수 논리도 덧붙인다. '댐은 홍수조절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갈수 때는 용수확보와 수질개선 기대 효과도 크다. 앞으로 물 부족에 따른 물 전쟁 시대가 예고되어 있다. 과거의 어떤 전쟁보다 더 무섭고 참혹하리라는 물 전쟁에 대비해서도 다목적댐 건설은 불가피하다.'(신문 칼럼)
▨ 반대-하천의 기능부터 살려야
원인을 보는 시각이 다르면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피해의 원인을 무분별한 국토계획, 산림파괴 등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하천을 살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의 홍수조절능력을 갖춘 것은 자연이다. 이는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매년 식목일이면, 정부가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설명했던가. 물길을 다 막아놓고, 유일한 수해대책이라고 제시하는 것이 댐 건설이라면, 이는 정부와 여당의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함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민주노동당 논평)
이들은 댐 건설 주장의 이면에 이른바 토건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고 비난한다. '왜 잊을 만하면 댐 필요론이 제기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댐 공사를 비롯한 수십 년간의 토목공사를 통해 축적된 자본이 계속 이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자원 관리에 이해관계가 있는 관료들의 담합과 정치권의 무지가 곁들여져, 한국의 치수정책은 아직도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인터넷 언론 칼럼)
댐 건설이 오늘날의 시대에 맞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강우 패턴이 예전과 달리 예측하기 힘든 국지성 호우, 초특급 태풍 등으로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논리만 강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국의 하천이 인공 수로로 바뀌고 직강화하면서 대형 다목적 댐을 지을 곳이 없어진 점, 댐 건설 과정에서 상·하류 주민의 갈등이 유발되고 엄청난 손실을 일으키는 점 등도 지목된다. 실제로 한탄강 댐의 경우 예산이 1조 원인데 보상액이 7천억 원이고 실 공사비는 3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만드는 것이 치수의 기본틀이라는 시각은 댐 건설이 아닌 다른 대책들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큰비가 오면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곳, 즉 본디 물이 흐를 땅인 곳을 무리하게 개발하는 것도 엄중히 금지하여야 한다. 물의 땅을 무리하게 개발하는 것은 커다란 수재를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투기적 행태를 규제하려면 전국 모든 하천의 홍수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홍수지도는 많은 혈세를 아끼고, 자연을 지키고, 수재를 줄이는 좋은 장치가 될 것이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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