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착한 존재가,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
루소가 '에밀' 첫 줄에서 기술하고 있는 선언이다. 그는 '사회제도와 정치제도, 그리고 교육'이 인간의 본성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루소가 추구한 이상적인 인간상은 '자연인'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인이란 방치된 상태의 인간이 아니라 '감성'과 '이성'이 순차적인 발달과정에 따라 상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제대로 교육받은 인간을 말한다. 그는 진정한 자연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단계적으로 조화시키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소에 따르면 아동기에는 '감성교육', 그 이후 소년기, 청년기까지는 '이성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 감성과 이성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이다. 감성은 이성의 발달에 전제되는 기초이고, 이성은 감성의 성숙단계이기 때문에 둘은 필연적인 협력관계에 있다. 또한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호기심을 자극하여 진리 추구의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는 틀에 박힌 교육을 거부하고 개인의 잠재력과 개성을 그 무엇보다도 강조했다.
광기에 가까운 논술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차가운 이성과 논리는 범람하는데 섬세한 감성과 뜨거운 감동, 온몸을 전율하게 하는 도취는 없다. 독서의 즐거움과 작품 읽기를 통한 감동을 맛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딱딱한 논리와 형식적인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논술지도는 가능성의 총체인 아이들을 정서적인 불구자로 만들 수 있다. 논리의 근저에는 풍부한 감성이 있어야 한다.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한 작품을 깊이 있게 읽으며 진한 감동을 체험하기 보다는 요약집을 통하여 여러 작품의 줄거리를 암기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독서에 무슨 감동이 있고 즐거움이 있겠는가. 논술시험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고 좋은 글을 즐겁게 읽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도취를 경험하지 않으면 그 어떤 합리성과 논리의 추구도 결국에는 피로와 권태로 이어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글을 읽고 몸과 마음으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예민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이는 작품 감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감동과 감성은 논리나 이성보다 깊고 긴 여운을 남긴다. 논술 지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루소의 말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감성에 의해 이성은 완성된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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