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버스토리)방학때도 공부하는 선생님…교사 연수 현장

지난 20일 오전 대구 황금동 대구시 교육과학연구원 4층. 대구의 중·고교 과학교사 16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과학교사 여름 실험 연수' 는 흡사 학교 실험실을 그대로 옮겨 온 듯 활기찼다. 흰 가운을 입은 교사들은 모처럼 배우는 입장으로 돌아가 '선생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업은 40명씩 화학, 생물, 물리, 지구과학 등 4개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화학 실험반에서는 고교 1학년 과정에 나오는 '이온 검출 실험' 이 한창이었다. 참가자 가운데는 생물, 물리, 지구과학 등 다른 교과 교사들도 많았다. 과학 4과목이 공통과정으로 운영되는 고교 1학년의 경우 과학교사들은 4가지 과목 모두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강북고 정은주(지구과학) 교사는 같은 팀원 교사들과 함께 질산은 수용액을 수돗물에 섞어 염화이온을 찾아내는 '앙금생성 반응' 실험을 하고 있었다. 정 교사는 "현재 2학년을 맡고 있지만 1학년을 맡게 될 경우에 대비해 이번 연수에 참가했다."며 "오랜만에 학생 입장이 돼 보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북고 권혜림(화학) 교사는 "과학 교사들은 5년마다 한 번씩 있는 교과개편 때 외에도 일반 선생님들에 비해 교과목 전공, 부전공, 정보화 등 연수 기회가 많다."고 했다.

옆의 생물반에서는 카탈라아제(효소) 검출 실험을 하느라 분주했다. 비이커와 시험관을 골똘히 쳐다보는 모습은 제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잘게 썬 무, 사과, 배 등을 시험관에 넣은 뒤 과산화수소를 주입하고 그 위에 고무 풍선을 씌워 부풀어오르는 정도를 관찰했다.

수업을 진행한 동부고 이용호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에만 5개 강연이 예약돼 있다."며 "갈수록 학생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방학 때가 아니면 교사들이 전문성을 기를 여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고등학교. 교실마다 꽉꽉 들어찬 교사들의 웃음소리로 온 복도가 환했다. 의자에 나란히 앉은 채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필기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대구시 교육청이 주최하고 대구중등창의콥연구회가 주관한 '느끼고 체험하는 창의성 교육 연수' 셋째 날, 200명의 참가 교사들은 더 좋은 수업 기술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의콥은 지난 2월 창의성 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 10명과 장학사 등 20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지식 실천 공동체.

박정미(경북고) 회장은 "기존 창의성 교육이 초등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아쉬움과 반성에 따라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됐다."며 "모든 교과 교사들의 참여도가 기대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전체 5일 일정인 이번 연수는 창의성 이론 교육 외에도 '매체와 함께 하는 국어교육' '색종이 접기를 통한 기학 교육' '신문활용 교육과 창의적 영어수업' '영화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해결 학습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교실안에서는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교사나 대학생 같은 초년 교사 모두 반짝 반짝 눈을 빛냈다.

'좋은 수업과 창의적 발문'을 주제로 한 국어수업. 강사로 나선 김희숙 북동중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흔들어 놔야 한다'"며 "나 자신의 수업방식이 가진 장점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사는 시종 열정적인 몸짓으로 교실을 흔들어 댔다.

'손을 들게 하라' '웃게 하라' '명쾌하고 자극적인 문장을 제시하라' '사건을 묘사하라' 등의 발문기법 외에 적당한 유머도 훌륭한 수업기법이라며 따로 축적해 둘 것을 권하기도 했다.

동원중 서정호(국어) 교사는 "교직생활 20여 년을 보내는 동안 내가 타성에 많이 젖었구나 하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직 6년차인 대곡중 박효정(국어) 교사도 "이 곳에 와 보니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혹시 내 수업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데 대해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몰입하고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을 많이 얻어 뿌듯하다."고 웃음 지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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