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경북 정신 바짝 차려야 산다

대구경북의 위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가까스로 해결되기는 했지만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물론 건설노조원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건설노조의 행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조차도 이해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불법적이었으며,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에 어느 누가 기업하기 위해 투자를 하겠다고 선뜻 나서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없는 곳에 일자리가 있을 수 없고, 시민들의 품위있는 삶도 없다. 노조가 있을 수는 더욱 더 없다.

우리 지역민들은 LG필립스LCD 7세대 공장의 파주 신설과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그리고 이에 따른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대규모 동반이전 우려 등을 겪으면서 기업을 지키는 것이 시·도민의 삶을 유지·발전하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했다.

지난 13일 발족한 대구경북 모바일특구 유치추진위원회는 이같은 자각이 낳은 조그만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개 닭보듯 한다.'는 소리를 듣던 시·도가 난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하나의 경제·생활 공동체로서 위기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아직 갈길이 멀고 내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신임 시·도 지사의 각오와 자세가 남달라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며칠 전 또다시 지역경제의 경보음을 울리는 소식이 들려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는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 LG필립스LCD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구미에 기반을 둔 사업부문이다. 최악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7세대 LCD와 미래형 디스플레이인 OLED의 신규 사업을 파주 등 수도권에 집중시키겠다는 구상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사업기반을 갖춘 구미가 LG필립스LCD의 OLED사업 근거지로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5, 6세대 LCD라인이 있는 구미를 제쳐두고 7세대 LCD라인을 파주에 세웠던 것처럼 OLED 분야의 신규투자도 수도권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될 경우 1순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디스플레이를 선정했던 대구와 경북은 그야말로 확실하게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포항의 철강, 구미의 모바일·디스플레이는 사실상 '대구경북' '경북대구' 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지도층뿐만 아니라, 시·도민, 그리고 노조까지 두 눈 부릅뜨고 내 일자리를 지키면서 후배와 아들·딸들에게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만 이 위기가 기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지역의 발전은 중앙정부나 외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시·도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할 때 결실을 이룰 수 있는 열매다.

석민 경제부 차장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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