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남아 국제결혼] 아들 결혼 바라보는 이주세 씨

"자식 결혼을 포기하고 조카를 양자 삼으려고 했지."

이주세(73) 씨는 아들 용호(51·청각장애인 2급) 씨의 결혼식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들이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봐. 이제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

아버지 이씨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혼기를 노친 아들이 배우자를 구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지. 이렇게 좋은 며느리감을 맞게 돼 너무 행복해."

이씨는 "우리 부부가 죽고 나면 장애인 아들이 노후에 양로원에 가서 살 수 있게 모든 걸 준비해 뒀는데 이제 며느리와 4식구 오손도손 살아갈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라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씨는 이어 "자식 잘못 돌봐 장애인 만들고 공부할 시기 노쳐 배울 복도 없는 놈이라고 한탄하고 살았는데 늦게나마 부모 울타리가 돼 효자 노릇 톡톡하 하고 있다"며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모말 한 번 거역해 본 적 없는 아들이 부모와 남편 공양 잘하는 베트남 신부를 맞게돼 더 효자 노릇할 것 같다."며 아들 자랑을 늘어 놓았다.

"부족한 자식을 선택한 며느리의 고마움에 보답하겠다"는 아버지 이씨는 맞선장에서 며느리에게 자식 자랑보다는 아들의 장애와 생활의 불편을 사실대로 애기하고 "그래도 살겠느냐"는 다짐을 받고서야 "그래. 같이 살자. 평생 결혼을 후회하지 않게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마"라며 눈물로 답했다.

한국행을 준비하던 이씨는 "이런 기회가 아니였으면 어떻게 며느리를 어떻게 맞았겠냐."라며 시아버지 남편을 배웅나온 며느리에게 "아가,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라. 우리도 한국 가서 너 올 날만 기다리고 있겠다."라며 며느리의 어깨를 다독였다.

호치민시에서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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