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현대예술에서 가장 역사가 짧은 매체 중의 하나이므로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리고 기존 예술제도권에 도전하는 매체이다. 기존의 예술제도권에서는 세계적인 여성 예술가를 찾아 보기가 힘들지만 사진에서는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낸 골딘, 세리 래빈 등 수많은 세계적 여성 작가들이 있다.
그것은 페미니스트들이 사진을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권위주의 예술제도에 도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인식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현대예술에서 권위주의적인 제도에 도전하는 상징적인 매체로 인식되어 있다.
형식과 제도 그리고 권위적인 것을 선호하는 경직된 사고로서는 급변하는 동시대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그것을 자기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표현 할 수 없다.
사진은 가장 아웃사이드적이고 탈권위주의적인 매체이다. 그러므로 그것에 적합한 사고와 주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열린 사고체계가 사진가에게는 가장 필요하다. 동시대의 예술은 대부분 탈권위주의적이고 민주적이지만 특히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어느 장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화·민주화되었다.
누구나 특별한 학습과정 없이 사진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레이소다, 포토리그, 하우포토넷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표되는 사진 이미지들 중에는 기존의 작가들이 발표한 작품 보다도 더 개성적이고 독특하고 현대성을 잘 반영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디지털 매체와 사진이 만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상황들이 중견 작가나 원로 작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사진의 표현 영역을 확장시켜 주었고 기존의 전통적인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한다.
디지털 매체 환경이 만들어 주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철학적인 사고와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작가의 마음과 이성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진가의 컨셉이고 철학이다. 그것이 없다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
김영태(현대사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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