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년간 생지옥"…상주 장애인 '노예부부'

"하루 15시간 중노동에 구타까지…장애연금도 가로채"

"지독한 닭똥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는 생지옥이었지만 숙식을 제공하고 각각 월급으로 15만 원씩 받기로 해 잠시도 쉴 틈없이 일해 왔습니다. 꼬박꼬박 적립되는 줄 알았던 월급이 한 푼도 없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판 '노예 부부' 사건이 상주에서 일어났다.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4일 정신지체장애인 장모(56)·박모(45) 씨 부부를 고용해 18년간 일을 시키고도 4억1천700여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들 부부에게 지급돼 온 기초생활수급자 생계주거비와 장애연금 등 수천만 원을 가로챘다며 상주 모양계농장 주인 박모(65)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농장주 박 씨는 월급을 주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장애인 부부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 할 수 없어 농장에 딸린 집에서 생활하면서 박 씨가 가져다주는 반찬과 쌀로 연명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농장주가 임금 착취는 물론 정부가 장애인 부부에게 지급해 온 생계주거비와 장애연금 등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5월 '노예 할아버지' 프로그램이 모TV에서 방영된 뒤 상주시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통장 소지 여부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농장주 박 씨는 1988년 3월 장애인 부부를 고용해 일을 시켜오면서 92년부터 이들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했다. 이어 박 씨는 이들 부부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생계수당과 장애연금 등 각종수당이 지급되면 이를 다시 자신의 부인 명의 통장으로 이체시키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수천만 원을 부당하게 가로채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상주시로부터 통장 부당관리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산기록에 남아있는 자료를 근거로 2000년 10월 이후에 지급됐던 수당 1천800만 원을 반납할 것을 통보받자 지난 7월 15, 16일 두차례에 걸쳐 장애인 부부 통장으로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 부부는 "18년전 지인의 소개로 이 곳에서 일하게 됐다."며 "설, 추석때 며칠 빼고는 일요일도 없이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태곤 국장은 "이들 부부는 하루 15시간을 계분을 치우는 등 중노동에 내몰리면서 노예같은 생활을 해 왔다."며 "욕설과 구타는 물론 심한 악취와 벌레가 들끓고 비가 새는 주거환경 속에서 인권이 무시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장주 박 씨는 "두 명의 아들을 학교에 보내주고 매월 40여만 원씩의 용돈과 생활비 등으로 100여만 원 이상 사용해 왔다."며 "외출 등 생활이 자유로웠으며 구타나 중노동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씨 부부는 모처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두 아들 중 한 명은 군복무 중이며 다른 한 명은 지체장애로 장애재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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