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경북도 투자 유출?

경북도는 24일 도청 회의실에서 지역 기업인 20여 명과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 대해 최영조 경북도 경제통상실장은 "지역기업인들과 함께 26일 베트남 타이응우엔성을 방문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문의 내막은 이렇다. 경북도는 지난달 1일 경북도를 방문한 타이응우엔 성장 일행으로부터 경북 기업의 투자를 요청받았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기업체를 모아 팀을 꾸렸다.

이 행보를 두고 외국이나 외지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야할 경북도가 오히려 경북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이 많다. 이들 기업들은 규모가 커지 않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으로의 기업이전을 탐색하는 중인데다 실제로 타이응우엔성의 경우, 경제규모가 작아 경북 기업들이 투자를 해도 반대급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신임 김관용 도지사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일자리 10만개 창출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 고용비율이 높은 제조업을 유치하든가 아니면 다양한 지원방책으로 생산량을 늘리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고용직원의 인건비에 가장 민감한 제조업체 관련자들을 대동해 인건비가 우리나라에 견줄 수 없는 후진국의 투자여건을 살피기 위해 나간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과거 지역의 주력산업이었던 섬유업종 등이 쇠퇴하고 관련 업종의 고용창출이 중단된 것은 중국투자붐이 일던 1990년대 중반부터다. 각 기관 단체들이 앞장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갖는 등 중국으로의 투자를 권했고 그 결과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은 물론, 인건비가 비교도 않되는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투자에 나서 섬유산업을 위축시키고 말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첨단산업 유치해 내수와 수출을 늘려 무역흑자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북도가 직접 나서 별 소득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베트남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황재성 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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