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인들의 말실수

政治(정치)는 바른 말과 품격 있는 처신이 기본이다.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설득해 내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싸우지도 않고 이기며, 웃으면서 상대의 양보를 받아내고 마는 '무위의 정치'라는 미덕은 아무리 강조돼도 좋을 게다. 善良(선량)에게는 더더욱 이 기술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사소한 말실수로 언론에 꼬투리가 잡혀 곤욕을 치르는 예는 허다하다.

○…말실수가 잦은 정치지도자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손꼽힌다. 취임 직후 그는 그린란드 총리와 통화하면서 '굿 이브닝, 그곳도 저녁인가'라고 했다. '여기도 저녁'이르는 대답이 나오자 '그곳은 항상 저녁인가'라는 말을 던져 화제가 됐다. 그 뒤 부시는 자주 말실수를 해 '부시즘(Bushism)이라는 新造語(신조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失手談(실수담)들은 새삼 떠올릴 필요조차 없겠지만….

○…'뉴욕타임스'가 최근 미국 역대 대통령의 마이크 실수담을 소개해 화제다. G8 정상회의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나눈 말실수가 그 계기가 됐다. 주례 라디오 연설을 앞둔 레이건의 弄談(농담), 녹음되는 줄 모르고 내뱉은 케네디의 말, 라이브 TV 카메라가 켜진 줄 모르고 한 클린턴의 발언 등이 그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실수담은 레이건이 소련을 불법화하는 법률에 서명했다며 '우리는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 농담이 미국 전역에 고스란히 방송된 경우다. 케네디도 외교관들에게 '고환도 없는 것 같아', 국방부 관리들에겐 '뇌가 없는 사람'이라 해 물의를 빚었다. 클린턴은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쟁자를 겨냥 '더럽고, 배신행위이며, 뒤에서 칼을 꽂는 행위'라는 말이 전파를 타 버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실수담을 특히 역사학자들이 좋아한다고 토를 달았다. 말을 꾸미며 하다가도 마이크가 꺼져야 本心(본심)이 드러난다고나 할까. 그래서 '농담 속의 眞談(진담)'이라든가 '고도로 계산된 말실수'들까지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정치를 잘 하려면 바른 말과 품격 있는 처신을 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 '솔직함'과 '底意(저의)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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