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시집살이로 며느리를 달달 볶은 시어머니에 대해 3만5천파운드(약 6천2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영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영국에서 태어난 이슬람 시크교도인 며느리 기나 사트비르 싱(26)은 결혼 후 4개월 동안 자신을 하녀처럼 괴롭힌 시어머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노팅엄 지방법원의 티모시 스콧 판사는 "시집살이 기간에 싱은 정말로 참담하고 비참하게 지냈고, 그녀를 향한 이해할 수 없는 개인적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며 며느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영국에서 괴롭힘방지법을 근거로 시집살이의 고통을 법정에 호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 신문은 25일 보도했다. 괴롭힘방지법은 통상 소음을 유발하는 이웃이나 스토커를 물리치기 위해 이용된다.
싱은 4년 전 같은 시크교도인 하르디프 싱 바카르(29)와 중매로 결혼한 후 시크교도 전통에 따라 남편과 시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했던 싱은 이슬람교도지만 이미 넓은 세계를 경험한 서구화 된 며느리였다.
그러나 인도에서 태어나 영어를 거의 못하는 시어머니 달비르 카우르 바카르(52)는 혹독한 시집살이로 며느리에게 고통을 줬고, 결국 결혼 4개월 만인 2003년 3월 싱의 결혼생활은 깨져 버렸다.
법정에서 싱은 사실상 집안의 죄수나 다름없이 새벽 6시30분에 일어나 온갖 집안 일을 해야 했고, 솔도 없이 손으로 변기를 닦아야 했으며, 머리는 짧게 잘라야 했고, TV도 볼 수 없는 신세였다고 증언했다.
싱은 결혼 후 친정집에 4번밖에 다녀오지 못했고, 시크 사원을 방문하지도 못했으며, 전화는 1주일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푸들'이라고 부르며 탈진할 때까지 일을 시키고 모욕을 주었으며, 병원에 못가게 해서 심한 청소 일로 감염된 손도 치료받지 못했다고 싱은 말했다.
시어머니 바카르는 이 주장을 부인하며 결백을 호소했으나 재판부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싱의 변호사인 존 로슬리는 "이번 사건은 흔히 일어나지만 밖으로 공개되지 못한 문제를 드러냈다"며 "이제 자신의 생활을 재건하고 있는 한 용감한 여성이 법정에 공개한 매우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