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오멘', '사이렌', '아파트' 등의 공포영화가 개봉됐지만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쉽게도 이번 여름 역시 기괴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효과음만 넘쳐나는 공포영화의 공식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올 여름 공포영화 부진에 실망한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지루하게 반복됐던 장마와 태풍이 물러가고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요즈음,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개봉되는 공포영화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둔 한국, 일본, 프랑스를 대표하는 3색 공포영화를 만나보자.
◆ 유실물
주인을 잃고 길에 떨어져있는 물건을 보면 썩 유쾌하지 않다. 짝 잃은 운동화, 살이 부러진 우산. 가끔 괴이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화 '유실물'은 버려진 물건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감정을 매개로 출발하는 공포영화.
고등학생 나나는 지하철 역에서 동생 노리코와 함께 우연히 노리코의 친구 타카시를 만난다. 타카시는 지하철역 플랫폼에 떨어져 있는 정기권을 줍는데, 그 때 검은 옷을 입은 낯선 여자가 "이 정기권을 줍는 자는 죽는다"는 말을 남긴다.
그 말처럼 타카시는 종적을 감추고, 며칠 뒤 나나의 동생 노리코도 똑같은 정기권을 줍고는 실종된다. 한편 나나와 한 학교에 다니는 카나에는 남자친구 시게루에게서 지하철에서 주운 팔찌를 선물받는데, 며칠 후 시게루는 열차에 치어 죽는다.
시게루가 죽고 노리코는 실종되자 나나는 지하철 유실물을 줍는 자들에게 섬뜩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나선다. 지하철 운전사인 슌이치는 터널에서 이상한 형체가 선로에 누워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나는 그가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라고 알려진 사와지리 에리카와 드라마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한 오구리 슌이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끈다. 27일 개봉.
◆ 스승의 은혜
우리 교육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 '스승의 은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핏자국이 선연한 영화 포스터에 새겨진 '선생님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라는 문구는, 원래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고 있어 섬뜩함이 배가된다.
영화는 16년 전의 스승과 제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년 퇴직 후 시골에 혼자 살고 있는 박 선생에게 16년 전 제자들이 찾아온 것.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박 선생에게 찾아온 이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실은 저마다 상처를 갖고 있다.
반장 세호와 부반장 은영은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선생님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성형과 거식증으로 날씬한 순희는 학창시절 뚱뚱하다고 선생님에게 놀림받았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달봉이는 체벌로 장애를 갖게 됐고, 명호의 어머니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가 박 선생에게 정신병자로 몰렸다.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오래 묵혀온 제자들은 다시 만난 박 선생에게 쌓여온 원망을 털어놓는다. 이와 함께 박 선생이 젊은 시절 낳았던 안면 기형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16년 전 응어리진 원한으로, 화기애애한 동창회는 하룻밤 새 살육의 현장으로 변하고 만다. '여고괴담'과 같은 학원 공포물이 그러했듯 이 영화 역시 교육 현실에서 공포의 소재를 찾고 있다.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복수, 그리고 소외되고 방치됐던 한 인간의 원한라는 설정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8월3일 개봉.
◆ 사일런트 힐
다음달 3일 개봉되는 영화 '사일런트 힐'은 일본 플레이스테이션용 비디오 게임을 프랑스 감독 크리스토퍼 강스가 영화화한 작품. 게임 '사일런트 힐'은 휴가길 자동차 사고로 의식을 잃은 아버지가 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지만 영화에서는 성별이 바뀌었다.
영화는 어머니가 몽유병에 걸린 어린 딸 샤론의 말을 따라 찾아간 낯선 마을 '사일런트 힐'에서 겪게 되는 모험담으로 만들어졌다. 크리스토퍼와 로즈의 딸 샤론은 몽유병 증세를 보인다. 잠든 상태에서 기이한 행동을 보이지만,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딸.
로즈는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사일런트 힐'을 부르면서 그곳으로 가려고 하자, 로즈는 그 마을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상한 기운과 함께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은 로즈는 정신을 차린 후 샤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딸을 찾아 주위를 살피던 로즈가 도착한 곳은 바로 안개에 묻힌 마을 '사일런트 힐'. 마을을 헤매던 로즈는 이 마을이 폭력과 공포와 저주로 가득한 마을이며 딸 샤론은 거대한 게임의 미끼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8월3일 개봉.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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