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한·미 FTA, 섬유산업 도약 기회로

우리나라는 대외교역을 통해 선진국대열에 진입한 전형적인 통상중심의 국가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역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FTA(자유무역협정)는 나라와 나라 간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의미한다. 즉 이는 특정국가 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 경제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에 유리한 전략적 파트너를 선정해 FTA를 체결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한·미 FTA 협상은 현재 뜨거운 감자이다. 정부는 세계 최대 시장의 안정적 확보, 대외신인도 향상 및 외국인투자확대, 통상마찰 완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적극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먼저 관세율 측면에서 미국에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산업분야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한·미 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미해 실(失)이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우리 지역의 주력수출산업 중의 하나인 섬유·의류 부문에서 미국은 원료의 원산지에 따라 최종품의 원산지를 규정하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원칙과 같은 제한적인 원산지 규정을 적용, 섬유류의 대미수출에도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FTA에 대한 찬반양론은 산업부문별로도 나뉘어지고 있다. 특히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농업과 영세한 규모와 저생산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비스업은 미국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므로 이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스레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지역 대표 산업중의 하나인 섬유 및 의류산업계는 한목소리로 한·미 FTA 체결을 지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진출 확대와 더불어 아직 우리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많은 국가와 더 빨리, 더 폭넓게 협상을 펼칠 수 있는 계기로 한·미 FTA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란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사실 사양산업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섬유산업은 아직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캐시카우 산업이다. 2005년 한국의 대미 섬유 및 의류 수출은 23억 달러, 수입은 2억 3천만 달러로 약 2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한·미 FTA의 쟁점사항 중 하나인 섬유부문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분명 약(藥)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

한·미 FTA를 지역의 섬유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섬유인들이 지난 12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 FTA 체결 지지 행사에서 결의한 바와 같이 다음 세 가지 사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첫째, 미국의 전 산업 평균관세율(3.7%)보다 턱없이 높게 부과되는 미국의 섬유류 수입관세(8.9%)를 철폐시켜야 한다. 둘째, 우리 섬유산업의 공정별 협력체제와 섬유무역 구조를 잘 따져 미국 측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합리적인 논리와 설득으로 원산지 기준 역시 우리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산업과 분리, 섬유 부문 자체의 협상 논리로 진행해야 한다. 한·미 FTA 체결을 조급히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섬유부문이 활용되거나 다른 분야의 협상을 위한 타협안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섬유산업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지역경제 성장엔진의 한 축으로 섬유산업을 재도약시키기 위해 이번 한·미 FTA 체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를 반대하면 애국자, 찬성하면 나쁜 놈'이라는 식의 일부 여론이나 집단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경제적 득실을 냉철히 따져 섬유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미 FTA를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업계의 합의된 지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지 역시 맹목적인 반대 못지않게 위험하므로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이를 유리한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단장·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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