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제한하는 등 이른바 '석유정치학'이 국제질서를 변화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대(對)이란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나 원하지 않았던 고유가라는 현상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엔을 통한 이란 제재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국가들까지 유가의 추가급등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제재 논의 자체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이란이 만에 하나 석유수출 중단이나 축소를 발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이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분석가들은 이란 입장에서도 주 수입원인 석유수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입게 될 정치,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은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에너지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 당 5달러 오를 때마다 이란의 수입은 매주 8천5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로 인한 막대한 석유수입은 이란 지도부의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어 이를 쉽게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란이 일시적으로 석유수출 중단조치만 취해도 국제원유시장이 받게 될 타격이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시장 관계자들은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확대가 주 요인이지만 중동 등지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수급불안 우려가유가 상승에 기여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록 일시적이라고 해도 이란이 '석유무기화'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유가의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란제재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국내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 강경파가 요구하고 있는 군사적 행동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면 이란의 석유무기화를 촉진해 국제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이란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산유국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는 고유가는 비난 이란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의 입지 강화를 불러와 국제질서 형성의 새로운 요소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다시 세계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나 이란에 이어 베네수엘라까지 노골적인 반미노선을 펼칠 수 있는 것도 고유가로 크게 늘어난 '오일달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공급자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수요자인 중국과 인도가 국제석유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 같은 변화는 국제정치상황에 영향받은 것이지만 이제는 거꾸로 국제정치에 영향을 주는 본격적인 '석유정치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 배럴 당 27달러 선이었던 국제유가는 올해 봄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65달러 수준까지 올랐으며 레바논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주에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8달러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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