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국회의원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 성북을은 결국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승리로 결론났다. 반(反)노무현, 비(非)한나라당 표심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맥을 못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성북을의 민주당 승리를 단순 표심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선거전 내내 정계개편 군불때기를 계속해온 민주당 발(發) 정계개편 시도가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의 새판짜기 시도는 불가피해 보인다. 선거 전에 있었던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 간의 회동이 새삼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대표가 제시한 정계개편 3대 원칙 중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당과정에 책임있는 사람들과는 손잡지 않겠다."는 대목은 더욱 눈길을 끈다. 향후 민주당 발 정계개편의 밑그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직계 의원들을 배제한 채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명확히 하겠다는 그림이다. 실제로 5·31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재보선에서마저 열린우리당이 전패를 하면서 당내 동요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김근태 의장의 비상지도체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선거 전부터 당내 호남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설이 나온 지 오래기 때문에 여권의 재편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떨까? 재보선에서 패배를 불허했던 한나라당 입장에서 성북을의 패배는 쓰라린 아픔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선거 전 터진 수해골프와 광명시장의 전라도 비하발언 등은 이번 패배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과 범 여권에서 반 한나라 전선을 확대할 경우 내년 대선 정국에서 수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색다른 해석도 있다. 한나라당에 크게 독이 되는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자칫 독선과 자만에 빠질 뻔한 한나라당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당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덩달아 성북을 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재부상한 것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발 정계개편은 어차피 여권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반 한나라당 전선은 균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고립을 노린 여권 내 정계개편이 오히려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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