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빌미를 제공한 레바논 무장단체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45)를 50년 전 수에즈 운하 국유화 조치로 서방세계에 맞서 범아랍 민족주의를 고조시킨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웅적인 인물로 부각시키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집트의 일부 야권 지도자들과 야당 성향 신문들은 수에즈 운하 국유화 50주년기념일을 하루 앞둔 25일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가 나세르 전 대통령에 비견될만한 인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나세르주의를 표방하는 주간지 알-카라마는 "나스랄라, 나세르의 발자취속에"라는 제목으로 나스랄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고 다른 야당 주간지 알-아라비는 "나세르 1956-나스랄라 2006:우리는 싸울 것이며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하의 별지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나세르는 1956년7월26일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장악하고 있던 수에즈 운하를 전격 국유화함으로써 전세계를 놀라게 했고 급기야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촉발시켜 중동전역에 범아랍민족주의 물결을 넘치게 만들었다.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이스라엘과 프랑스,영국 등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 수에즈 운하를 재점령했으나 프랑스와 영국은 1957년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군대를 철수시켰다.
반면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 일부 아랍인들 사이에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헤즈볼라가 자국병사 2명을 납치한 대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세를 시작했다.
알-아라비의 논설위원 모하메드 알-바즈는 "압델 나세르는 끝까지 국가해방을 위해 싸웠고 나스랄라도 마찬가지"라며 "나스랄라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이야기한다.
그는 협상을 거부한 채 상실된 국가적 자부심 회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알-아라비의 다른 논설위원인 사이드 알-수웨이크리는 "이집트에 대한 삼중 공격이 있은 지 50년이 지난 지금 용감한 아랍인인 나스랄라는 악의 세력과 점령자들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고 나스랄라의 대 이스라엘 투쟁에 찬사를 보냈다.
이집트의 주요 야당인 무슬림 형제당도 나스랄라를 나세르에 비교하면서 그를 추겨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무슬림 형제당의 고위 간부 압델 모네임 압둘 푸트흐는 "나세르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시온주의자들에 맞서 싸웠고 오늘날 나스랄라도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사람은 국가원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저항세력의 지도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모든 이집트 야당이 나스랄라를 나세르와 같은 비중있는 인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케파야운동'의 조지 이스하크 대변인은 "나세르와 같은 역사적인 인물을 나스랄라와 비교할 수는 없다"며 "나스랄라의 전투는 제한적이만 나세르는 훨씬 더 중요한 투쟁에서 선봉에 섰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 운하 국유화 50주년을 맞아 공식 기념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앞서 발표했다.
그러나 이집트 TV는 지난 며칠간 나세르를 찬양하고 그의 범아랍민족주의를 높게 평가하는 역사적인 영상물들을 방영하고 있다.
카이로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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